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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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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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경남출신 부모를 둔 재일 한국인 작가 유미리(3)
이미 이야기한 대로 재일작가 유미리는 노숙자 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을 발표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 가운데 하나인 ‘내셔널 북 어워드’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2020년 제71회)으로 선정돼 화제가 되었다.

유미리 작가는 갈 곳이 없거나 버려진 사람들에 대해 집중해 취재하고 소설로 형상화함을 목표로 하는 작가이다. 그렇다면 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일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에 사는 한국인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어로 살고 한국어로 소설을 써야 할 것이다. 그가 쓰는 언어를 보거나 체류하는 공간을 보거나 쉽게 단정해 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리고 그는 일본에서 차별 당하고 배제 당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는 차별 당하고 사는 사람 편에 설 수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후쿠시마 출신의 노동자이다. “그는 1964년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의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후쿠시마에 가족을 남기고 홀로 도쿄로 떠난다. 그리고 불행과 불운이 겹쳐 노숙자가 된다.”(소설 영문판 작가의 말) 소설을 자세히 살펴야 주인공의 이름을 알 수가 있다. ‘모리 가즈오’다. 작가는 주인공 이름을 노숙자가 그러하듯 별 볼일 없는 고달픈 존재처럼 거의 비공개로 썼다.

1981년 아들 모리 고이치가 학교를 다니다가 급사하고 연달아 부모님을 여의게 되었다. 60세를 넘긴 가즈오는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려 했으나 아내 세스코가 죽고 외손녀 마리오와 산다. 외손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향을 떠나 우에노 공원에 발길이 닿고 여기서 생애의 마지막을 보낸다. 소설에서 우에노공원은 노숙자의 공간이지만 애초에 공원지대이다. 그러므로 노숙자와 공공시설은 대립 개념이라 한쪽은 제거될 대상이다. 그렇기에 비극이 존재한다. 이 대립을 해소시켜줄 주체는 공공이고 제도권이다. 그러나 일본의 현대는 세계적 경제대국임에도 현실은 부조리하고 무능력이 배어 있는 곳이다.

소설에서 제도권은 황실의 존재이다. 황실인사가 국가시설 밀집지대인 우에노공원 주변에 드나들 때 반드시 노숙자 천막시설 퇴거령이 떨어진다. 이 퇴거하고 퇴거 당하는 일이 관권과 버려진 노숙자의 현실을 확인하는 일이 되자 정부의 무능이나 관리의 현상유지로 빚어지는 갈등이 오늘 일본국의 현주소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런 대립에 연루되어 국가 시책으로 등장하는 것이 도쿄올림픽이다. 개최국가는 사회의 그늘이 없어야 하고 빈곤층의 노출을 막아야 하는 것이므로 우에노 공원은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기미나 현실을 파헤쳐 고발하는 사람이 소설가이다.

이번에 나온 유미리의 작품은 초두(프롤로그)와 종결(에필로그)에 힘이 주어져 있다.



또다시 그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

나는 듣고 있다.

하지만 느끼고 있는 건지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안 쪽에 있는지 바깥 쪽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인지 언제였는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중요할까

중요했던가

누구인지가



소설이 아니라 시를 썼다는 느낌을 준다. 유미리의 이번 소설이 가지는 특별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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