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장서비’ 진주도 세웠다
‘파리장서비’ 진주도 세웠다
  • 최창민
  • 승인 2022.08.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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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앞두고 수곡 덕곡서당 앞서 제막식
장서운동 이끈 곽종석 제자 하겸진 등 파리장서에 서명
광복절을 앞두고 진주에도 1919년 일어난 파리장서운동을 기념하는 ‘파리장서비(巴里長書碑)’가 세워졌다.

진주시는 11일 수곡면 덕곡서당 앞에서 조규일 시장과 유족, 유림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장서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건립된 파리장서비는 회봉 하겸진이 후학 양성에 힘썼던 수곡면 사곡리 덕곡서당 앞 200㎡ 부지에 높이 2.7m, 너비 1.5m 크기로 세워졌다. 예산 1억 2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착공해 올해 7월 준공 후 이날 일반에 공개됐다.

파리장서운동은 1919년 5월 산청 출신의 면우 곽종석(1864∼1919) 등 137명의 전국 유림 대표가 2647자에 이르는 장문의 독립청원서를 프랑스 파리강화 회의에 보낸 독립운동이다. 파리장서비는 당시 이 운동에 참여하며 서명한 유림의 이름을 새긴 비를 말한다.

진주에서는 수곡의 회봉 하겸진, 백촌 하봉수, 대곡의 매당 이수안 등이 참여했다. 수곡 출신의 하겸진은 파리장서운동을 최일선에서 이끈 산청 곽종석의 제자였다. 27세 때 그는 스스로 쓴 ‘도문작해(陶文酌海)’의 서(序)를 부탁하기 위해 곽종석을 찾아가 제자가 됐다. 이같은 인연으로 하겸진은 함께 수학한 하봉수 등과 수곡 낙수암에서 파리장서에 서명했다.

수곡면 진양하씨 송정공파 종손으로 타계한 하병태 옹은 과거 지역의 한 방송국 다큐멘터리에서 “수곡 진양하씨는 회봉 하겸진 선생, 백촌 하봉수 선생 등이 파리장서에 서명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20대였던 중재 김황이 곽종석의 명을 받아 진주 수곡에 와서 직접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여러가지 상황이 좋지 않아 왜정의 눈의 피해 다소 외진 사곡리의 ‘낙수암’에서 서명작업을 했다. 유림들의 파리장서운동은 이른바 ‘붓의 투쟁’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파리의 만국평화회의에 독립호소문을 보낸 곽종석은 1920년 2차유림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 곽종석을 추모하는 고가와 면우곽종석유적(免宇郭鍾錫遺蹟)이 있다.

파리장서 내용을 보면 ‘본래 하늘과 땅위 모든 것은 함께 생성되고 발육하는 것이 진리인데 근래 남의 생명을 해쳐가며 나라를 침탈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 침탈 이전의 평화로 돌려놓으려는 파리강화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 역시 만국의 일원으로서 피끓는 심정을 토로한다. 조선의 독립과 인류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조선문제를 고려해 달라. 그렇지 않으며 차라리 자진해 죽을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심산 김창숙을 통해 전쟁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파리강화회의로 보내졌다.

조규일 시장은 기념사를 통해 “파리장서비는 또 하나의 호국역사 현장으로 진주시민에게는 자긍심을, 우리 후손들에게는 참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며 “이 땅에 살아갈 미래 세대들이 애향심과 애국심을 배울 수 있도록 잘 가꾸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조 시장은 파리장서비 건립추진위원회로부터 감사패를, 하우송 건립추진위원장과 박만종 추진위원은 진주시장 공로패를 받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광복절을 앞두고 진주에도 1919년 일어난 파리장서운동을 기념하는 파리장서비(巴里長書碑)를 11일 수곡면 덕곡서당 앞에 세웠다. 이날 조규일 시장과 유족, 유림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장서비를 제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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