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리장서비 건립의 의미
[사설] 파리장서비 건립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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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수곡면에 파리장서비(巴里長書碑)가 세워졌다. 잘 알려진 대로 파리장서운동은 1919년 5월 산청 출신의 면우 곽종석(1864∼1919) 등 137명의 전국 유림 대표가 2647자에 이르는 장문의 독립청원서를 프랑스 파리강화 회의에 보낸 조선의 독립운동이다. 진주에서는 수곡의 회봉 하겸진, 백촌 하봉수, 대곡의 매당 이수안 등이 참여했다. 산청 단성면 사월리 출신의 면우 곽종석은 파리장서운동을 최 일선에서 이끈 인물. 수곡 출신인 하겸진은 그의 스승 곽종석의 뜻을 받들어 동문수학한 하봉수 등과 낙수암에서 파리장서에 서명했다. 이번에 선각자들의 이름을 새긴 파리장서비를 고향 수곡에 세운 것이다.

‘본래 하늘과 땅위 모든 것은 함께 생성되고 발육하는 것이 진리인데 근래 남의 생명을 해쳐가며 나라를 침탈하는 일이 빈번하다.(중략)조선 역시 만국의 일원으로서 피 끓는 심정을 토로한다. 조선의 독립과 인류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조선 문제를 고려해 달라. 그렇지 않으며 차라리 자진해 죽을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겠다’ 결연한 의지가 담긴 2647자는 파리강화회의로 보내졌다.

제 77주년 광복절이 지났다. 일본국헌법 제9조 ‘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 2차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스스로 전쟁할 수 없는 이른바 ‘평화헌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우익세력들은 최근에 와서 이 헌법이 “굴욕적”이라며 헌법을 개정하려하고 있다. 그 일선에 있던 사람이 아베 신조였다. 아베 사망 이후 그 추종세력들은 군사력을 확장하고 세력을 규합하는 등 오히려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심지어 준군사조직인 자위대를 한반도에 들여놓아도 될 수 있도록 하는 집단적 자위권 관련법을 확대 적용하려한다. 신 냉전체제의 가속화, 그로인한 적자생존의 비정함, 작금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가 심히 요동치고 있다. ‘차라리 자진해 죽을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겠다’ 선각자들의 피 끓는 의지를 담은 파리장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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