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숨통이 터져 다시 ‘말하기’다
[경일포럼]숨통이 터져 다시 ‘말하기’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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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정치에 더 이상 흥분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그런데 무슨 티브이를 켜기만 하면 온통 말 싸움질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말하기 본을 전문적으로 ‘화법’이라도 하고 ‘말본’이라고도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말하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류 역사와 함께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굳이 누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길흉화복의 운명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와 나라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준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말하는 담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치에서 사용하는 말을 정치 담화라 하고, 의사와 환자가 말하는 말을 병원 담화라 한다. 검사, 판사, 원고, 피고, 변호사들이 말하는 말인 법원 담화가 있다. 대통령이 말하는 대통령 담화도 있다. 따라서 이런 담화는 모두 나름 독특한 담화 특성과 말본을 가지고 있다. 즉, 말하기 방법은 말할이와 들을이 그리고 시간과 장소, 목적 등에 따라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집에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 하는 말이 있고, 친구와 술자리에서 하는 말이 있으며, 나랏일을 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이 있다. 이것이 화법의 기본이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은 공인으로서 말을 해야 한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서 말해야 하고 일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더구나 높은 자리에 있는 공인은 공과 사의 자리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심하게 말하면 자기 몸과 말이 자기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적인 말과 공적인 말을 더더욱 구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이 언론과 통신 매체가 발달한 세상에는 공인의 모든 행동과 말 한마디까지도 시도 때도 감시당하는 세상이 됐다. 아무런 힘이 없는 우리도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려면 알 수 있는 세상이니 하물며 높은 자리에 있는 공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피아(彼我)도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공인의 말과 행동은 더 정제되고 절제되어야 하며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공인이 되기 어려운 것이고 높은 자리에 오르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아무나 나랏일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며 맡겨서도 안 된다.

보수와 진보, 여야를 떠나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보면 도대체 이들이 우리나라를 이끌 위정자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듣기도 민망스러운 상소리를 하지를 않나. 돌아서면 바로 드러날 거짓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지를 않나. 얼굴 하나 바뀌지 않고 남에게 덮어씌우기를 밥 먹듯이 하지를 않나. 앞뒤가 맞지 않는 벌소리를 하지 않나. 상황과 전혀 다른 엉뚱한 동문서답을 하지 않나. 집에서나 술자리에서 친구 사이에 할 법한 말을 엄중한 공적인 자리에서 함부로 말을 하지 않나.

우리는 평생 살면서 말하기 교육을 올바로 받아 본 적이 없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마찬가지다. 초중등 국어과 교육과정 내용에 말하기와 듣기가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고 고등학교에는 화법과 작문이라는 교과서도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말하기 듣기’ 공부는 거의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 대학을 포함해 그 긴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남 앞에서 발표 한 번 하지 않고, 토론이나 토의 한 번 하지 않고 학교를 마친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디에서도 올바른 말하기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볼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다. 교육 개혁을 따로 할 것이 아니라 이런 걸 바꾸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를 편안하게 잘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정치인들에게 온갖 호화로운 자리와 혜택을 준 것이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사사로운 말꼬리나 붙들고 유치한 말싸움이나 하라고 그런 혜택을 준 것은 결코 아니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더 이상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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