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시군별 지역습지 관리계획이 필요하다
[경일포럼]시군별 지역습지 관리계획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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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전점석


인적이 드문 시골의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늪은 인근 주민이 매년 조금씩 매립해서 농지로 사용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 습지가 있는지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특히 기존 농지와 제방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서 거의 짜투리 땅 취급을 받을 경우에는 아예 관심 밖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함안군 군북면 수곡리에 있는 수곡늪이다. ‘제3차 경상남도 습지보전 실천계획(2019~2023)’에 포함되어 있는 경남의 주요습지 162개 중의 하나인데 계획수립 당시인 2018년 이곳에 와 본 전문가는 158쪽에서 ‘제방을 쌓아 개발하면서 대부분의 습지가 소실되고 일부 남음’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습지를 매립하여 개발해오고 있으며, 현재 남은 습지도 소실의 우려가 매우 높음’이라고 적어놓았다. 아주 정확한 예측이었다. 직접 현장을 가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판단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은 공공사업도 아니고, 택지개발사업도 아니다. 그냥 조금씩 매립하는 것이니까 습지라는 안내판만 세워놓아도 함부로 흙을 들이붓지는 않을 것 같다. 조만간 늪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걱정은 경남도가 수립한 실천계획 안에 조용히 담겨있을 뿐 어느 누구의 귀에도 듣기지 않았다. 경남도도, 함안군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2022년 봄, 화창한 토요일에 우연히 들렸다. 도로에서 늪 가운데 배수장으로 가는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거의 매립된 상태였다. 남은 습지도 조금씩 천천히 메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인부가 동원된 본격적인 공사도 아니었다. 배수장 쪽의 제방에 세워져 있는 경고문에는 수곡지구 배수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제방 횡단구간에 지하 매설물이 설치되어 있으니 토사를 굴착 하지 말라고 한다. 매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배수 개선사업은 가운데 길에서 왼쪽 습지에서 시행됐다.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수곡늪과 남강이 인접해 있는데 고속도로 밑에서 서로 만나고 있다. 왼쪽 끝부분의 작은 하천에서 흘러오는 물의 배수를 위해 남강으로의 유입부는 작은 수로로 정비되어 있고, 늪의 나머지 부분은 거의 매립되어 방치되어 있었다. 원래 작은 늪인데 전체의 3분의 2 정도가 매립되어 남은 면적은 불과 700~800평 정도에 불과하다. 경남의 주요습지라고 부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수립한 지 불과 4년이 지난 지금은 전문가의 예측이 적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주요습지로 분류되어 번호 123번이 부여되어 있어서 4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이전과 비교해볼 수 있다. 만약 번호도 부여하지 않고, 주요습지 목록에도 포함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주요습지로 분류된 습지 중에 꽤 여러 군데이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은 162군데 습지에만 번호를 부여하고, 실천계획을 수립할 때의 모습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해놓았다. 앞으로는 경남 18개 시군에 있는 319군데 모든 습지에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시군에서는 이 목록에 있는 습지의 소실 여부를 매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제4차 경상남도 습지보전 실천계획’은 일찍부터 서둘러서 없어진, 혹은 없어지고 있는 습지의 현황을 먼저 조사하는 게 순서다. 이런 조사는 용역기관 단독으로 할 수 없다. 시·군청의 담당자와 같이 해야 현지사정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내의 319개 습지는 모두 중요하다. 규모가 큰 습지뿐만 아니라 작지만 사람들 발길이 없어서 조용하거나 먹을거리가 많은 경우는 다양한 새들이 즐겨 찾는다. 습지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습지는 각각 별개가 아니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각 시군 지자체별로 지역습지 전체에 대한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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