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역사의 신
[경일춘추]역사의 신
  • 경남일보
  • 승인 2022.08.21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역사의 신은 정의의 편’이라고 한다. 광복군으로 유명한 김준엽 고려대학교 전 총장의 말이다. 그는 1990년 쓴 저서 ‘역사의 신’ 에서 ‘오랜 세계사의 발전 과정을 보면 여러 굴절이 있지만 결국은 정의가 이긴다’고 했다. 권력의 횡포와 폭력에 정의와 진리가 잠시 은폐되거나 위축되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정의와 진리는 승리하고 후대의 교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역사의 진리를 믿었기 때문에 일제에 의해 학도병으로 끌려갔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였고, 풍찬노숙을 하며 6000리를 걸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찾아가 광복군이 되었고, 조국 해방을 위해 목숨을 돌보지 않고 투쟁했다.

이런 역사의 진리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권력의 횡포와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가난과 배고픔을 견디고 감당할 수 있는 의지가 없으면 외면하기 쉽다.

스스로 지도자로 행세했던 최남선, 이광수를 비롯한 많은 지식인들이 일제의 협박과 회유에 민족을 배반했고, 군사정권 하에서도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많은 사람들이 권력의 폭압에 동지들을 배반하거나 변절하기도 했다. 역사의 정의보다는 일신의 안위와 영달을 택했던 것이다.

권력의 횡포와 폭력에 정의와 진리가 일시적으로 은폐되거나 위축되기는 하겠지만, 정의와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매천, 단재, 백범, 안중근, 윤봉길을 비롯한 많은 애국지사와 독립투사들의 삶이 좋은 본보기이다.

역사의 정의에 대한 믿음은 누가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숱한 곡절 속에서도 끝없이 발전해 온 역사에서 보고 깨닫는 것이다. 민중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불의와 폭력에 항거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희생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조국의 역사가 기억하고 증언해 주는 것에서는 보고 깨닫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대 박사논문 표절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범죄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과,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에서도 역사의 신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당장은 권력과 금력으로 진실을 덮을 수도 있고 왜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사정권이 총칼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고 생명을 유린하고도, 그것을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위하는 일이라고 강변했듯이. 하지만 역사의 신은 냉정하고 빈틈이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민중들이 겪은 고초와 상처까지 기억하고 평가하고 심판한다. 더 나은 민족의 역사를 위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