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칼럼]한 해의 결실(結實)을 생각해야 할 때
[열린칼럼]한 해의 결실(結實)을 생각해야 할 때
  • 경남일보
  • 승인 2022.08.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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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학교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학교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8월은 여름의 마무리요, 가을의 시작인 환절기에 해당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난 7일 입추(立秋)를 기준점으로 분명하게 가을이 시작된 것이고 무더위의 절정인 15일 말복(末伏)을 지나 23일 처서(處暑)를 통해 더위는 최종적으로 물러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진주가 낳은 걸출한 시인 이형기(1933~2005) 선생은 ‘낙화(落花)’라는 시를 통해 ‘이별의 슬픔’을 노래했는데 묘하게도 ‘가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눌러앉으려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으로 이 시를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잔한 선율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고 구절구절 심금을 울리는 듯한 시라서 부분적으로 인용하지 않고 전문을 소개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한해의 시작, 봄·여름 지나, 어느덧 가을이 와서 봄에 뿌린 대로 결실을 거두는 시기다. 다시 석 달 뒤에는 가을도 제 역할을 마치고 계절 이름처럼 무(無)의 세계로 갈(가을)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제 역할을 한 뒤 물러가고 여름이 등장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만물을 성장시킨 후에 또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어느덧 가을이 와서 봄에 뿌린 대로 결실을 거두는 시기에 들어섰다.

다시 석 달 뒤에는 가을도 제 역할을 마치고 계절 이름처럼 무(無)의 세계로 갈(가을) 것이다. 머지않아 겨울이 도래하여 추위와 바이러스의 공격 등으로 인한 힘겨운 삶을 인류에게 요구할 것이다.

사시(四時)는 하늘의 운행이고 사람을 포함한 지상 만물은 그 운행에 따라 적응하며 나름대로 삶을 영위해간다. 다만 사람이든 짐승이든 철이 들지 않아 철모르고 행동하는 존재들은 우주 자연법칙에 따라 먼저 도태(淘汰)되게 마련이다.

하루에도 사시(四時)가 있고 한 해에도 사시가 있으며 인생에도 사시가 존재한다. 오전 3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의 인묘(寅卯)시를 하루의 봄이라 하겠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의 사오(巳午)시를 하루의 여름이라 할 수 있다. 오후 4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의 신유(申酉)시는 가을이요, 10시 30분부터 이튿날 2시 30분까지의 해자(亥子)시는 겨울이라 하겠다.

인생의 사시 역시 청소년기의 봄과 중장년기의 여름·가을과 노년기의 겨울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다만 철에 들어서면 철을 알고 철에 맞는 삶의 자세와 행동을 해야 한다. 철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제 인생의 욕됨을 자초해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한다. 자연계에서 천체들의 운행과 계절의 순환을 통해 인류에게 보여주는 엄연한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고 비정상적 샛길로 빠져 화를 화를 자초하는 인생을 종종 보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그 운행을 통해 보여주는 하늘의 마음(天心)을 읽고 그 지침에 따라, 노자(老子)께서 강조한 ‘현소포박(見素抱樸)의 삶’을 사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이라 할 것이다. ‘세속의 온갖 욕심과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바탕색을 유지하라’는 현소와 ‘통나무 원목의 질박함을 손상하지 않고 천성 그대로의 순진한 속성을 온전히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포박의 가르침은 2500년의 시공을 넘어 오늘의 인류에게도 여전히 금과옥조의 금언으로 다가온다.

한 해 농사에서는 어떤 결실을 수확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이고 인생의 가을이라 할 장년기에 다다른 이들은 그동안 청소년기에 씨뿌리고 중년기에 정성들여 성장시킨 작물과 과실들을 차질없이 제대로 수확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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