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자락 마당극, 힐링 책임집니다”
“산청 산자락 마당극, 힐링 책임집니다”
  • 백지영
  • 승인 2022.08.25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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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창작 마당극 ‘찔레꽃’ 연습 현장

창단 38주년·마을 3주년 정기공연
산청마당극마을서 27일·내달 3일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잡초 뽑는 장면에서 영철이가 너무 앞으로 와 있진 않아도 돼요. 객석이 무대 옆에도 배치되는 만큼 그 공간도 활용합시다”

지난 24일 오후 5시께 산청군 산청읍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 극단 ‘큰들’이 2년여 만에 내놓은 마당극 신작 ‘찔레꽃’ 연습 현장을 지켜보던 안정호 연출의 목소리가 커졌다. 신작 ‘찔레꽃’은 극단 ‘큰들’이 창단 38주년과 산청마당극마을 조성 3주년을 맞아 오는 27일과 9월 3일 개최하는 정기공연에서 선보이는 창작 마당극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주인공 정귀래 가족과 인체의 오장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동의보감 속 삶의 지혜와 철학을 건네는 힐링극이다.

공연은 3년 전 산청 정수산 자락에 마당극 마을을 조성한 뒤 이곳에서 함께 거주하며 좋아하는 공연을 하며 살아가는 단원들의 삶과도 일견 맞닿았다.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주인공 정귀래 역을 맡은 하은희 배우는 “첫 주연작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큰 비중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은 처음이라 마음가짐이 남다르다”며 “바쁜 현대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의 마음을 정화하는 공연을 선사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무대를 사흘 앞둔 시점, 연습하는 열기마저 뜨겁게 느꼈졌다.

“혹시 제가 서 있는 근처에 남자 관객이 있으면, 그분 상체를 잡고 이렇게 들어 올려 보려다가 ‘아이고, 잡초 뿌리가 언제 이렇게 컸노’라며 못 뽑고 물러서는 전개는 어떨까요?”(홍수완 배우)

“너무 길어지지 않게 남자 관객 앞에서 ‘이건 잡초구나’, 여자 관객 앞에선 ‘여긴 꽃밭이구나’ 하는 정도로 갑시다”(안정호 연출)

이번 정기 공연에는 △2022년 신작 마당극 ‘찔레꽃’ △마당놀이계 대모 김성녀 교수의 우정 무대 △마을 산자락까지 배경으로 활용하는 특별 공연 등의 다채로운 무대가 마련돼 있다.

이규희 ‘큰들’ 대표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참 어려웠는데, 우리의 정체성을 지지하며 힘을 보태준 후원회원들 덕에 버틸 수 있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정기 공연인 만큼 ‘우리 잘 살아있다. 덕분에 다시 공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정말 알차게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찔레꽃’은 지난 6월 말 초연을 시작으로 이미 4차례 무대에 올렸던 마당극이지만, 작품을 향한 단원들의 고민은 여전히 치열했다.

극단 이름을 제대로 걸고 선보이는 무대인데다, 비교적 간소한 무대에서 열린 앞선 공연들과 달리 본격 채비를 마친 화려한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마을 조성 이래 처음으로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야외무대에 3면 계단식 객석을 설치하고 공연을 펼치는 만큼 입체감 있는 연출과 연기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배우들도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며 마당극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주인공 귀래 어머니가 허 노인, 금 노인과 게이트볼을 치는 장면. 0점만 내던 금 노인이 홈런을 터뜨리자 색색의 훌라후프를 들고 공이 통과할 게이트로 분했던 배우들이 한데 모인다. 웅장한 배경음과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무대 중앙에 모인 배우들이 훌라후프로 오륜기 문양을 만들어 내자, 금 노인이 시상대에 오른 금메달리스트인 양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내밀어 보인다. 지켜보던 단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느린 동작을 펼치면서도 오륜기 문양 완성을 위해 멀리 이동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배우가 동선을 고심하자 안 연출이 몸소 시범을 보였다.

그간 ‘큰들’에서 배우로 무대에 서 왔던 안 연출은 ‘찔레꽃’으로 처음 연출에 입문했다.

안 연출은 “전임 연출의 바통을 이어받아서인지 ‘내 작품’이라는 욕심이나 부담감 대신,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배우들과 화합해 즐겁게 작업한 만큼, 작품에도 그런 점이 잘 녹아 들어 관객들에게 느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찔레꽃’은 이번 무대에서 귀래 엄마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김안순 배우가 집필한 작품이다. 그의 첫 극본으로 통영 섬마을로 시집가 고단한 삶을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동의보감 관련 작품을 구상하던 중 약초와 건강 이야기를 돌아가신 엄마 인생에 녹여내 보자 싶었다”며 “귀래는 시장에서 흔히 만나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엄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살아낸’ 엄마의 인생을 한 번쯤 생각하고 전화를 걸게 만드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번 정기공연은 오는 27일과 9월 3일 오후 7시 산청군 산청읍 산청마당극마을에서 펼쳐진다. 하루 200명으로 관객을 제한하며, 사전 예약자만 관람 가능하다. 입장료는 3만원(큰들 후원회원 무료)이며 8세부터 관람할 수 있다. 문의 극단 큰들(055-852-6507).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극단 큰들 38주년·마을 조성 3주년 기념 정기공연이 오는 27일과 9월 3일 오후 7시 산청군 산청읍 산청마당극마을서 열린다. 박재건 인턴기자



 
24일 오후 산청군 산청마당극마을 다목적 공간에서 극단 큰들 단원들이 마당극 ‘찔레꽃’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극단 큰들 38주년·마을 조성 3주년 기념 정기공연이 오는 27일과 9월 3일 오후 7시 산청군 산청읍 산청마당극마을서 열린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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