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순백의 타지마할을 빚어낸 마크라나 대리석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순백의 타지마할을 빚어낸 마크라나 대리석
  • 경남일보
  • 승인 2022.08.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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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후손인 바부르(Babur:1483~1530)가 세워 1526년부터 1857년까지 331년 동안 지금의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을 통치했던 이슬람 왕조인 무굴제국(Mughul Empire)의 5대 황제는 샤 자한이었다. 황비인 뭄타즈 마할은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평소 아내를 극진하게 사랑했던 샤 자한은, 그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주기로 계획하였다. 샤 자한은 1632년부터 무려 22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흰 대리석으로 타지마할을 건설하게 된다. 황비의 영묘 축조공사와 장식 작업은 1648년에 끝났으나, 주변의 정원과 부속 건물들은 5년이 더 걸려 1653년에 완공되었다.

타지마할의 건축은 주로 페르시아 양식과 초기 무굴 양식이 혼합되어 지어져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또 다른 징기스칸의 후예라 자처하는 티무르가 건설한 이슬람 제국인 티무르 시대의 건축 양식을 답습한 것인데,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있는 티무르의 무덤인 구르-에 아미르(Gur-e Amir)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을 듣는다. 초기 무굴 양식의 건물들은 주로 붉은 빛 사암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완전히 순백색의 대리석과 보석들만을 이용해서 만들 것을 지시하였다. 타지마할을 건설하는 데에는 당시 가치로 3200만 루피아, 현재의 가치로는 8억 2700만 달러가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타지마할 건설 당시, 황제 직속 건축가인 우스타드 아흐메드 라하우리의 감독 아래 2만2000여 명의 인부들, 화가들, 보석 세공인, 석공들이 타지마할의 건설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지마할 축조에 쓰인 재료들은 인도와 아시아 전역에서 수급되었는데, 거의 1000여 마리에 달하는 코끼리들이 이 재료들을 운송하는 데에 투입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타지마할 축조에 주자재로 쓰인 반투명한 백색 대리석은 인도 라자스탄 주의 마크라나(Makrana)에서 파내 왔고, 펀자브 주에서 벽옥을 채취해 왔으며, 중국에서 옥과 수정 등을 들여왔다고 한다. 한편 티베트에서는 터키옥이 들어왔고,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라피스 라즐리 등의 보석들을 가지고 왔다. 마지막으로 스리랑카에서는 사파이어를 수입했으며, 아라비아 반도에서 난 홍옥을 사용하였다. 결과적으로 28종류에 달하는 보석들과 준보석들이 백색 대리석을 꾸미는 데에 사용되었다.

기원전 7세기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반투명한 백색 대리석인 마크라나 대리석은 오늘날까지 조각 및 건물 장식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도 라자스탄 주의 마크라나 마을에서 채굴되기 시작하면서 마크라나 대리석으로 불리는데, 아그라(Agra)의 타지마할 및 콜카타(Kolkata)의 빅토리아 기념관(Victoria Memorial)과 같은 여러 상징적 기념물의 건설에 사용되었다. 마크라나 대리석은 국제 지질 과학 연합(International Union of Geological Sciences )에 의해 세계 유산 석재 자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의 마크라나는 인구 15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리석이 생산되는 곳이다. 마크라나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대리석 광산이라 할 만큼 실제로 인도 전체 대리석 매장량 중에서 95%에 해당하는 11억t 정도가 라자스탄 땅에 묻혀 있다고 한다. 12㎞에 달하는 대리석 광맥을 따라 늘어선 1000여 개의 채석장에서 연간 약 12만t의 대리석이 생산되고 있다.

마크라나 대리석은 칼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대리석의 수분 흡수율은 인도의 모든 유형의 대리석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칼슘이 98%로 불순물이 2%에 불과한 마크라나 대리석의 특성은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비율의 흰색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높은 탄산칼슘의 함유율은 대리석을 강하고 단단하며 반투명하게 만들어 오랜 시간 동안 광택과 흰색을 유지케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빛의 변화에 따라 빛깔을 바꾸는 마크라나 대리석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면서 타지마할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건축물 속에서 신비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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