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는 사회 기대한다
[여성칼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는 사회 기대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8.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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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진주여성회 대표)


많은 이들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서 자녀들에게 혼전임신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면서도 임신 중지 결정에 대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성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다. 닥쳐올 육아의 문제는 눈을 감은 채, 내심 그들이 출산을 선택해 안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경남여성연대와 경남지역대학 페미니즘 동아리연합 회원들과 함께 여성주의 아카데미를 열어 '낙태죄 폐지 실현을 위한 우리의 과제'에 대해서 학습하고 토론했다. 여성들은 낙태를 범죄화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오랜 기간 제기해왔다. 지난한 헌법재판소의 재판 과정에서 2012년에는 합헌, 2019년 4월 11일에는 불합치 판결이 나면서 비로소 낙태죄 폐지가 실현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2020년까지 법을 개선하여 폐지를 실현하는 법안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아직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임신중지를 원하면 산부인과에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는지, 이후에 어떤 과정을 겪고 유의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료시스템은 없다. 당사자가 열심히 검색해서 알아보고 죄인처럼 주눅 들어 진료를 보며 비싼 돈을 지불한다. 단지 이제 이것이 불법이 아니기에 수술을 하는 사람도, 임신중지 당사자도 처벌되지 않을 뿐이다. 의료진들도 임신중절수술에 대해서 더 대비해야 함에도 공식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그 전과 다를 것이 없다.

2019년 당시 낙태죄 폐지 직후에 발의된 법안은 임신 12주까지 중절수술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반대하며 전면 허용을 주장했다. 그 이후 논의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 국회의원 몇몇이 6주, 10주 이내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그 이후는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임신 10주 안에 임신을 인식하기도 쉽지 않고, 임신중지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중국과 베트남은 출산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성별을 이유로 낙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는 22주 이내로, 스페인은 14주 이내, 뉴질랜드는 20주 이내, 프랑스와 러시아는 12주 이내로 자발적인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주의 절반가량인 26개 주가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있는데, 대개 24주 이내로 제한을 두고 있다. 태아가 24주 이후에는 자궁 밖에서 생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4주를 기준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임신중지 시기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보장 시기를 논의하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은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상담 받고 진행하는 전 과정에 대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먹는 임신중지약이 아직 합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고 있고, 불법적인 거래로 사기를 당하거나 육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적인 성교육이 진행되지 못하는 교육 현장 속에서 피임결정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임신으로 인한 책임만 떠안게 되는 현실이 중복된다. 임신이든, 임신중지이든 낙인과 죄책감으로 그 모든 어려움은 당사자들이 짊어진다. 임신을 한 두 주체 중에 자궁을 가진 한 사람만 홀로 남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은 변화되지 않았다. 법의 개선방향은 안전한 임신중지가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세워져야 한다. 입법자들, 여성단체들만이 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실현해 나가야 할 일이다. 자, 이제 논의하고 결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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