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전문기자의 씨앗과 나무] 황매화
[박재현 전문기자의 씨앗과 나무] 황매화
  • 경남일보
  • 승인 2022.08.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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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에게 기다리라고만 하십니다
 


최인택 시인의 ‘황매화 피는 날에’라는 시가 있습니다. 황매화가 피는 봄이면 마음이 설레는데요. 노란색 꽃이 매화와 색깔은 다르지만, 매화꽃에 착색한 느낌이 듭니다. 따스한 느낌을 주는 노란색이 마음도 따스하게 하죠. 그래서 포근한 계절을 물씬 느끼게 하는 꽃이죠.



노오랑 매화 피는 날에 / 안산은 / 화창함과 더불어 바람도 초대했다 / 길손들이 그 바람을 타고 와 / 너의 품 섶에서 안겨 노닌다 / 우리가 날마다 스쳐 갈 동안에 / 이름조차 서로 몰랐더라 / 내 사랑하는 님의 손에 이끌리어 / 너의 품에 나를 안길 적에 / 너의 그 이름 / 황매화라 들어 / 내 님을 향해 소리쳤다 / 나! 저 ~아이 안고 싶어~ / 순간 덥석 / 너의 말 없는 품 섶은 되레 / 나만을 포옹하였다 / 황매화 ~ 너! / 피는 날에 / 내 사랑하는 님은 / 너로 인한 질투마저 접었더라 / 아니! 너를 / 나로 사랑하라 하더라 / 봄날이 있는 한 / 영원히 ~ / 나의 님은 / 너의 처소에 / 질투 없이 / 같이 한다 하더라



황매화[Kerria japonica (Linne) DC.]는 장미과(Rosaceae) 황매화속(Kerria DC.) 식물입니다. 황매화와 죽도화라 불리는 겹황매화가 있지요. 겹황매화는 꽃이 겹으로 피는데요. 열매는 맺지 않아요. 저는 아무래도 겹황매화보다는 단출한 황매화를 좋아하는데요. 단아하고 단순하고 깔끔하거든요. 뭔가를 덧입히고 각색하지 않은 느낌이라서 더 그래요. 황매화 꽃을 보면 봄을 상징하듯 노란색으로 환하게 웃어주는 모양 같습니다. 황매화는 꽃도 많이 달고 있어 정원에 심으면 마당이 환해지죠. 중부 이남의 절이나 마을 부근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입니다. 가슴을 펼쳐 넓게 피면 그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데요. 황매화의 꽃말이 ‘기다려주오, 숭고, 높은 기풍’이라고 해요. 봄을 기다리면 언제나 봄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데요.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봄은 오고야 말죠. 희망이 없는 사람은 삶의 재미가 없어지는데요. 그런 분에게 노랑꽃이 피는 황매화는 기분 전환에도 좋고요. 희망을 불사르게 만들죠. 황매화의 자생 상태는 충청남도 계룡산 골짜기에 가시면 볼 수 있는데요. 군락으로 노랗게 피어난 꽃을 보면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어져요.

제가 노란색을 참 좋아하는데요. 밝아지는 느낌이죠. 그래서 그림에 노란색을 많이 쓰는 편이죠. 그림을 그려 놓고 바라보면 기분이 밝아지고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죠. 칙칙한 색은 우울하거나 뭔가를 깊이 생각하게 하지만, 노란색은 그저 밝고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 들어서요. 매화의 꽃잎을 보면 아기 호랑이가 발자국을 찍어놓은 느낌인데요. 황매화도 그래요. 아기의 노란 묽은 똥을 연상하게 되고요. 아기의 똥은 더럽다고 느끼지 않죠. 아기를 키워보신 분은 잘 아실 거예요. 아기 똥은 냄새도 향기롭다는 것을요. 그런 아기 똥이 황매화 꽃을 피워낸 듯 보이지요.

매화를 보면 숭고한 느낌이 들죠. 비록 꽃색이 노랗게 바랜 것처럼 보이지만 황매화도 깔끔한 노란색으로 숭고한 느낌을 줘요. 이파리의 초록색과 꽃의 노랑이 잘 어울리거든요. 황매화꽃 한 송이를 찻잔에 띄워놓으면 그 고고함과 은은함, 어쩌면 화사함이 기분을 끌어올려 줘요. 이따금 정원에 핀 황매화 한 송이를 따다 찻잔에 올려놓고 바라보는데요. 정원에서 나가 바라보지 않아도 실내에 꽂아둔 황매화 한 가지로 온종일 기분이 좋게 일을 할 수 있지요. 환한 보름달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꽃은 작지만, 꽃이 주는 기운은 작은 것은 아니니까요. 꽃 한 송이로도 희망과 기쁨을 준다면 그처럼 온화한 호사도 없을 테니까요.



 
 


어느 어촌에 황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그에게는 외동딸만 있었지만 남 부럽지 않은 행복한 생활을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외동딸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심어준 청년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황부자는 그 청년의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고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하였지요. 그러나 청년과 외동딸은 황부자 몰래 바닷가에서 만나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곤 했어요. 이들의 사랑은 너무나 확고했죠. 그러던 중에 남자는 먼 길을 떠나야 했어요.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날 믿고 기다려 주시오’라는 말만 남기고요. 이렇게 말하고 난 청년은 외동딸에게 그녀가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니던 손거울을 달라고 했어요. 외동딸은 손거울을 꺼내 청년에게 주었지요. 청년은 그 손거울을 반으로 가르더니 그 절반을 외동딸에게 건네주며 ‘나머지 절반은 내가 보관하겠소. 이것을 정표로 삼아 잘 간직했다가 후일 다시 만나면 합치도록 합시다’라고 말했지요.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훗날을 기약하며 너무나도 아쉬운 이별을 했어요. 이 와중에 황부자 외동딸의 아름다움에 반한 도깨비가 외동딸과 청년의 사랑을 시기한 나머지 황부자의 집을 망하게 만들고 외동딸을 외딴섬에 있는 도깨비의 굴로 데려갔어요. 도깨비는 굴속에 황부자의 외동딸을 가두어 두고는 굴 밖에는 가시가 돋아난 나무들을 가득 심었어요. 외동딸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외동딸은 가시가 돋아난 나무들 때문에 도저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매일 같이 울며 지냈죠. 그러면서 사랑하는 청년을 생각했어요. 한편, 청년은 황부자의 집이 망하고 사랑하는 외동딸이 도깨비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장 도깨비가 사는 외딴섬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그녀를 구해 낼 수 없었죠. 왜냐면 동굴 밖에 있는 그 가시나무들 때문이었어요. 청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시나무 주위를 돌다가 동굴 안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어요. ‘낭자, 그곳에 있소?’ 이 소리를 들은 외동딸은 반갑게 대답을 하였지요. ‘와주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낭자, 가시나무들이 굴 밖에 잔뜩 심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구려. 어떻게 해야 당신을 구할 수 있겠소?’ ‘우리가 힘을 합하면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힘을 합친단 말이오?’ ‘전에 우리가 헤어질 때 나눠 가졌던 거울 반을 아직도 가지고 있겠죠?’ ‘그렇소! 내 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소. 그렇지만 그건 왜?’ ‘그럼 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반쪽과 합한 다음 햇빛을 반사 시켜 도깨비에게 비추세요. 그러면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어요.’ 외동딸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거울 반쪽을 청년에게 던져주었어요. 이것을 받아 든 청년은 자신이 갖고 있던 거울 반쪽과 합쳤지요. 그리고는 높은 벼랑 위에 올라가 거울로 햇빛을 반사 시켜 도깨비에게 비추었어요. 그러자 도깨비는 얼굴을 감싸 안으며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죽고 말았지요. 도깨비가 죽자 그렇게 날카롭던 가시나무의 가시들이 갑자기 부드럽게 변하는 것이었어요. 이때 가시나무가 변한 것이 바로 ‘황매화’라고 하는 전설인데요. 어릴 때 할머니에게 자주 듣던 이야기인데요. 황매화 노란 꽃이 희망과 숭고함을 선사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이렇게 좋은 결실을 보게 되었나 봐요. 기다림 끝에 행복을 찾게 되었으니, 황매화의 꽃말 ‘기다려주오’는 깊고 심오한 말일 수밖에요.

제가 쓴 ‘기다림’이라는 시가 있어요. 황매화가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겠지요. 전설처럼요.

당신은 나에게 기다리라고만 하십니다 / 당신에게 어서 가고 싶어도 / 당신을 만나면 하마 눈물부터 보일 것 같아 / 당신의 말씀대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 무수한 기다림이란 그리움이 깊어진다는 것 / 그리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대도 /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 끄나풀을 꼭 쥐고 있는 것과 / 같음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 당신은 나에게 기다리라고만 하시지만 / 내게 당신은 그리움, 행복의 시작입니다 / 그리하여 내게 기다림이란 당신이 어서 / 내게로 오시겠단 말이란 걸 알지요



 
 



※ DNA : 핵 속에는 유전에 관여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산성을 띠며 핵산(核酸 nucleic acid)이라고 불리지요. 핵산의 한 종류인 DNA(디옥시리보핵산)는 주로 핵에 있고, 다른 한 종류인 RNA(리보핵산 ribonucleic acid)는 핵과 세포질 속에 분포해 있어요. 한 개의 세포가 정상적으로 세포 분열을 하여 2개의 아들 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산 성분이 2배로 복제되어 2개의 아들 세포에 정확히 둘로 나뉘어 들어가야만 모세포의 특징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 세포를 생성할 수 있어요. 이처럼 DNA는 유전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물질로서 얼굴과 근육, 머리카락, 피부 등 우리의 전체적인 특징을 결정짓는 몸 전체의 설계도에 비유할 수 있지요. 사람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 하나하나에 있는 핵 속에는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가 들어있어요. 모계와 부계의 DNA를 각각 절반씩 갖는 생식세포인 난자와 정자가 수정을 통해 합쳐져 부모와 같은 양의 DNA를 갖는 수정란이 되고, 이 수정란이 난할과 체세포 분열을 거듭하여 배아에서 태아로, 더 나아가 완전한 인간으로의 발생이 진행되므로 출생 후 같은 DNA를 갖는 세포 수는 60조 개로 늘어나지요. 식물도 많은 세포를 지니고 있는데요. 풀 나무에 따라 다르겠지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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