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1]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1]
  • 경남일보
  • 승인 2022.08.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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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
지난 글까지 더위 이야기를 자주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입에서 더위가 좀 수그러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싶더니 어느새 아침저녁으로는 더위를 못 느낄 만큼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낮에는 더위 때문에 힘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저도 바람틀(선풍기)을 돌리지 않으면 잠을 못 자 밤새 틀어 놓고 잤었는데 이제는 바람틀을 틀고 자면 추워서 끄고 잘 만큼 달라지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간더위(처서)가 지난 지 이레가 넘었으니 그럴 때도 되었다 싶습니다. 하지만 낮더위는 여전하죠. 그래서 이 더위는 언제쯤 아주 물러가나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제가 말한 이 ‘조바심’이 왜 ‘조바심’인지 그 말밑(어원)을 아시는지요?

“조바심 내지 마라”, “조바심 치지 마라”는 말을 자주 쓰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데 그 ‘조바심’이 왜 ‘조바심’이라고 했는지 궁금해 본 적도 없는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말밑(어원)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그 근거를 내놓으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무런 뒷받침할 거리가 없는 이야기도 그냥 재미 삼아 나누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래도 그동안 여러 사람이 두루 그럴 듯하다 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한테 이야기해 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이 ‘조바심’을 ‘조바+심’으로 보고 “‘조바 조바하는 마음’이 아닐까?” 라고 우스개처럼 풀이를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이 말은 ‘조+바심’의 짜임으로 ‘바심’은 ‘타작’과 같은 뜻의 말로서 ‘조바심’은 ‘조를 타작한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조는 알갱이 크기가 가장 작은 곡물입니다. 그런데 질기게 붙어 있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 이삭을 이리저리 비틀고 문질러서 쳐야만 낟알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좀처럼 잘 비벼지지는 않고 손에 힘을 좀 많이 주면 작고 가벼운 알맹이들이 튀어 나가버리니 웬만큼 힘을 주되 살살 다뤄야 한다네요. 그래서 조를 거두어들이다 보면 생각대로, 마음먹은 만큼 잘되지 않으므로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일쑤랍니다. 그래서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조바심’이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말인데 우리 삶과 멀어지다 보니 그 뜻도 잘 모르고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이렇게 ‘토박이말 맛보기’에서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키고 북돋우자는 이야기를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알고 나면 재미있으면서도 우리 삶과 얼이 담겨 있는 값진 말인데 우리가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챙기지 않다 보니 잘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시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또 알게 된 것은 둘레 분들과 나누시면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쓰며 사는 날이 얼른 올 것이라 믿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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