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4)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4)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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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평론가 송희복 교수의 정년 퇴임과 산문집(2)
산문집 ‘진주에 살다, 진주를 쓰다’에서 몇 꼭지 살펴 볼까 한다. ‘진주의 기녀문화에 대하여’부터 보자. 송희복은 경남지역 문화로 가야문화, 남명학파, 전통 춤문화를 대표사례로 들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남쪽 해안선을 따라 분포되어 있는 분청 계통의 사발, 김해지역 조선후기 실학파의 거점, 함양지역의 누정 문화, 기녀문화의 정점을 이룬 진주 등에 대해 고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기녀문화에 대해 살핀다. 진주는 전통 기녀의 사회를 구성한 교방과 근대적인 형태의 기녀 양성소인 권번이 있었던 곳이다. 진주는 과거에 행정 중심지였고 풍류라고 하는 여흥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북평양 남진주’라 하여 진주는 색향으로 이름이 났다.

과거의 기녀들은 문화예술적으로 춤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교양의 문맥에서는 문학 작품을 적당히 남기기도 했다. 진주기녀 문화 중에서 각별이 주목을 끌게 하는 것은 문학부문이다. 기녀문학은 기생이 작가이거나 기생을 소재로 한 문학을 가리킨다. 산홍의 시에 대해 송 교수는 생략하고 있다.

“역사에 기리 남을 진주의 의로움/ 두 사당에 또 높은 다락 있네/ 일 없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피리와 북소리 따라 아무렇게 놀고 있네”

이지용은 당대의 권세가이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기도 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앞다투어 재물을 바쳤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음에도 일본과 합자하여 북간도의 철도를 부설하는 일 등으로 사욕을 채우는 등 여러 이권에 개입했다. 그런 이지용이 사지 못한 일이 하나 있었다.

짐작컨대 그는 경상도 관찰사 시절에 산홍이라는 기생에 깊이 빠진 듯하다. 그는 서울로 영전할 때 산홍을 강제로 데리고 갔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는 산홍에게 재물로 환심을 사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산홍은 거절했다. “세상 사람들이 대감을 가리켜 을사년 오적의 우두머리라고 일컫는데 제 비록 천한 기생이긴 하나 어찌 역적의 소첩이 되겠사오리까?” 하여 이지용이 대노했고 대노의 댓가는 상식으로 짐작할 뿐이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진주의 기녀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념관이나 자료실을 건립할 계획이 언론에 비쳐지자 찬반의 양론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3·1운동 전후 만세운동에 참가한 일이라든지 진주의 무형문화재의 전승에 각별한 공로를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진주의 기생 이야기에서 무명 기생의 의로운 행적도 숱하게 많이 있을 것이다. 송교수에게 필자가 말해준 바 있는 6·25전시 중 11사단 9연대 관련 진주 무명 기생의 일화를 보태어 볼까한다. 6·25 당시 진주농림고등학교 캠퍼스에 지리산 전투를 준비하던 11사단 9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하루는 연대장이 전투를 앞두고 유명 요정에 20여명 장교들을 불러 모아 특별회식을 베풀었다. 그때 통역장교였던 리영희 중위가 옆에 앉은 기생이 너무 아름답고 매력이 넘쳐 술 한 잔 한 김에 2차를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술도 못마시는 데다 나고나서 첨으로 기생이요, 술자리였다, 술이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 보니 다들 가버리고 약속한 여인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 리 중위는 통역관 집차 기사를 불러 운전을 시켜 남강변 어디 달빛이 교교한 야밤 기생거주지를 찾았다. 리 중위는 큰 소리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 찾아왔소”하고 군대 구령하듯이 소리쳤지만 대답이 없자 권총을 뽑아들고 공포를 3번이나 쏘았다.

그때 하얀 소복을 입은 기생이 축담이 있는 높은 마루로 나와 “장교님, 이런 법이 있습니까? 지금 전시중입니다. 국가가 적의 손아귀에 들어갈 지경에 있는 누란의 상황입니다. 뒤를 돌아다 보세요. 남강이 흐르고 달빛이 의암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장교님 어깨에는 국가가 있고, 소첩의 어깨에는 논개의 단심이 있습니다.” 그 순간 리 중위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합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리영희의 <대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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