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맥을 살리는 여름 보약 생맥산(生脈散)
[경일춘추]맥을 살리는 여름 보약 생맥산(生脈散)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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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박미영 

진주에 터를 잡고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백성들에게 지리산은 넉넉한 곳간이었다. 깊은 흙이 키운 산나물과 진귀한 과일을 얻었으며 좋은 약초들도 지리산에서 캤다. 주렁주렁 달린 대봉감이 온 고을을 가을빛으로 물들였고 아름드리로 자란 모과나무는 조금 과장해 아이들의 머리만큼 큰 모과를 맺었다. 여름의 한 복판에선 햇빛에 지친 석류가 알알이 쏟아질 듯 열매를 터뜨려 나그네의 침샘을 자극했다.

우렁찬 동편제가락이 지리산의 큰 품에서 탄생했고 국악의 창시자이자 진주 예인의 표상인 기산 박헌봉(1907~1977)도 지리산이 낳았다. 대한민국 무형문화재인 진주검무도 기산에 의해 채집됐다. 이렇듯 진주는 지정학적으로 지리산과 떼려야 뗄수 없는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고장이었다.

최상품은 모두 관아로 들어왔다. 지리산의 이(利)를 가장 많은 본 곳은 관아였다. 작약, 시호, 맥문동, 백복령, 백복신, 구기자, 감국, 백출, 당귀 등 귀에 익은 한약재들이 한양까지 진상됐다. 이뿐이 아니다. 이러한 진귀한 약제들은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으로도 건너갔다.

특히 맥문동과 인삼, 오미자를 달여 꿀을 넣어 마시는 ‘생맥산’은 17세기 초부터 진주의 특산품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이름 그대로 맥(脈)을 살려 원기를 보한다는 음료다.

오미자는 지리산 청정수에 우러나 색이 곱다. 맛은 달고 시원하다. 재료가 지리산 산기슭에 지천으로 널려 구하기도 수월한 여름 보약이다.

대궐에서는 침을 맞은 후에도, 뜸을 뜨고 나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생맥산이 처방됐다. 선조의 허혈과 백태가 끼며 맥이 불완전한 증세에도 생맥산이 효험을 보였고, 병자호란으로 자책감과 치욕을 겪은 인조의 울화병에도 생맥산이었다. 영조의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한 것 역시 생맥산이었으며 스스로 몸이 더운 체질임을 알았던 정조는 경옥고보다 생맥산이 낫다고 하였다. 승정원일기에는 무려 871번이나 생맥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생맥산은 조선왕조의 베스트 처방이었다.

동의보감에는 ‘생맥산은 사람의 기를 돕고 심장의 열을 내리며 폐를 깨끗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안성맞춤 음료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몸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면 생맥산을 달여 수시로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단, 인삼이 들어가므로 몸이 찬 사람에게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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