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배신의 정치를 멈춰라
[경일시론]배신의 정치를 멈춰라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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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변옥윤 논설위원


법정스님은 ‘진실이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가 ‘배신’이라고 했다. 어떤 철학자는 ‘두터운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 신뢰라는 접착제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배신을 정의했다. 그 기준은 윤리이고 여기서 말하는 윤리는 ‘신뢰나 소속감을 주는 사람과 집단이 지니는 의무’라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한 카이사르를 칼로 찔러 죽인 부르투스는 긴 세월 인구에 회자되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셰익스피어는 ‘누군가를 배신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라 했고, 싱거라는 사람은 ‘배반당하는 자, 상처 입지만 배신하는 사람은 한층 더 비참해진다’며 배신의 기준은 양심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배신이라는 말은 옳고 정의로우며 합법적, 진실과 정의에 대한 신뢰에서 벗어나는 행위에 국한해 사용되고 정죄되는 것이 맞다. 불의에 대해 항거하거나 조폭과 같은 범죄집단에 저항하는 것을 배신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삼 부르투스와 셰익스피어, 철학자들을 소환해 장광설을 늘어 놓는 것은 지금 우리사회가 흐르는 방향이 진실과 정의, 평등과 공동선(善)과는 거리가 멀고 법망만 피하면 된다는 방향으로 흘러 가치기준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법망만 피하면 정의가 되고 여론에 편승, 팬덤의 힘이 세면 정의가 되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우리집단은 정의롭고 다른 집단은 불의라는 극단적 도그마에 빠져 극한 대립으로 내일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혼돈이 사회전반을 뒤덮고 있다. 특히 검수완박으로 야기된 정권교체에도 불구, 다수당은 국민들의 뜻은 차안의 부재,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다수가 정의라는 자가당착에 빠져 과거 소수당일 때 펴던 논리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 설화에, 설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수가 정의인 새로운 가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과거 폐족에 이를 정도로 참담하게 추락했던 경험을 까맣게 잊은 듯 윤핵관을 둘러싼 의혹과 자리다툼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당대표가 당을 비난하고 저항하는 것은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행위와 다름아니다. 그런 사태를 유발한 윤핵관과 유력 정치인들은 불과 몇 달전 정권교체를 외치며 읍소하던 간절함은 송두리채 잊은 듯 눈앞의 유불리와 공천 앞에 맥을 못추고 줄서기에 급급하고 있는 몰골이다. 자신을 속이고 국민을 속였으니 배신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배신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정파의 당론이 정의이니 배신할 수 없다는 논리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모든 가치판단은 자신에게 신뢰를 준 국민에게 있는데도 정파의 이익을 국민의 뜻이라고 호도하는 행위야말로 구제받지 못할 배신행위이다. 국민은 파벌정치와 다수의 횡포, 팬덤정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배신은 사회전반에 전염병처럼 번져나가 가치관의 혼돈과, 윤리의 파괴, 죄의식의 망각이 만연해 병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이라는 대학교수가 불지르고 이를 자기집단이라는 이유로 감싼데서 기인한 가치혼돈은 이제는 웬만한 모순에는 감각이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 모든 사회현상에 대한 책임은 정치에 있다. 아직도 3류정치에 매몰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은 수치를 모른다. 어느 정치집단이든 매파에 묻힌 비둘기가 있지만 결국은 매파가 득세하며 그 결말은 배신과 몰락임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정치는 정의로워야 하고 자신과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 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배신은 반드시 명멸한다. 배신의 정치를 멈춰라. 국민의 준엄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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