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태풍 대비 산사태, 땅밀림 위험지 관리해야
[경일포럼]태풍 대비 산사태, 땅밀림 위험지 관리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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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벌써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접어들었다는 기상학자의 말과 더불어 지난 8월은 수도권과 충청지역 등 산사태와 물난리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100년을 뛰어넘는 강우량이 마치 물 폭탄이라도 맞은 양 국토가 유린당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봤다. 이런 기상이변이 돌발강우와 더불어 한꺼번에 몰려온 느낌이다. 호우피해를 복구하는 일이 이제 남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비가 있기에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태풍이다. 태풍은 한반도를 비껴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물 폭탄을 뿌려 산지 재해를 동반하기에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산사태는 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땅밀림 포함) 재해로 인명과 재산손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다가올 가을에는 태풍과 이로 인한 집중호우가 지속될 수 있다. 산사태 재해(땅밀림·붕괴 등)가 더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재해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산림 당국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이 앞장서 산사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사태취약지구를 관리하고 있고, 사방댐 등을 신설해 그나마 산사태 재해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산사태의 일종인 땅밀림 재해는 산사태위험등급 3등급지 이하에서 많이 발생해 그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산사태와는 다른 기작을 보이기 때문이다. 땅밀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적어도 1999년 태풍 매미에 의한 집중 호우시 발생한 국내 여러 지역에서 땅밀림(산사태)이 발생했음에도 그 중요성은 인식되지 않았다.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 땅밀림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지질적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산사태 재해는 산사태위험등급 1, 2등급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땅밀림은 그 이외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또 피해도 산사태보다 더 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조속히 우리 국토에 대한 ‘땅밀림 위험지도’를 만들어야 하고, ‘땅밀림 위험지 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사태로 알려진 붕괴 토석류의 이동속도에 의하여 빠른 유동성(1일 1㎝ 이상)의 산사태와 느린 유동성(1일 1㎝ 이하)의 산사태로 구분한다. 느린 유동성의 산사태는 ‘땅밀림’이라고 하며, 땅밀림 재해지는 산사태 재해지보다 수십 배 또는 수백 배 복구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땅밀림은 붕괴 흙 깊이가 깊은 것이 특징이며, 발생 전에 전조(前兆)현상으로 지표면에 인장균열이 발생하거나 함몰, 융기 또는 지하수 변동으로 갑자기 용출수가 발생하거나 정지된다.

땅밀림은 지질 조건과 관계가 깊으며, 지하수가 영향을 미치고, 대규모 토공이나 비탈면 일부가 물에 잠기거나 지진 또는 폭우 시 발생한다. 주로 단층지대 파쇄대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필자의 연구 결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했거나 진행되고 있는 땅밀림지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특히 인가 근처이거나 도심지의 구릉 산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어 그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땅밀림은 점질토와 붕적층, 과거 사방사업으로 인한 녹화로 하층 토양의 풍화가 심하게 진행된 상황에서는 더욱 많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가옥과 인접한 지역의 산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며, 산사태위험등급 3등급지 이하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땅밀림은 재발성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한 번 발생한 지역이 또다시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태풍이 몰아닥치면 산사태나 땅밀림으로 인한 산지 재해가 우려된다. 이미 100년 빈도 이상의 물 폭탄이 떨어져 파괴된 산지를 경험했기에 태풍에 대한 대비를 더욱더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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