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년퇴직 후 홀로서기
[기고]정년퇴직 후 홀로서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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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권 (독자)
하윤권


2020년 12월 30일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한달이 지날 무렵 심한 몸살을 앓았다. 제2의 인생을 출발한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사실은 막막했다. 연락이 오가던 사람들과 점차 멀어져만 갔다. 술 한잔 하자는 사람들은 오간 데 없이 사라져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말이 세삼 맞는 것 같았다.

“이제는 취업이다”는 말을 되뇌이며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공무원 근무경력을 살려 취업하려고 해도 손에 쥔 자격증하나 없어 취업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경력이 많아도 국가기술자격증이 없으면 한국건설기술인회에 등록을 할 수 없었다. 건축기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절박함이 더해지자 공부도 속도가 붙었다. 아내의 출근 후 청소기로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에 책에 매달렸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절박하지 않아 매번 건축기사 시험에 낙방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스스로가 주인이 되고 헤쳐 나가야 되는 절박한 시간이었다. 필기 시험 첫회에 무난하게 합격했다. 그해 6월 실기시험을 통과하고 건축기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건설기술인경력수첩을 만들자 “이제 나도 건설기술이구나” 하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홈페이지 취업란에 이름을 올리고 한 달 뒤 서울 소재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올해 3월 사회에 다시 첫발을 내딛었다. 울산의 관급공사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인(감리단장)으로 취업했다

생소하고 처음 보는 업무라 힘들었지만 여기서 못버티면 세상 어느 직장인들 버티겠느냐며 이를 악다물고 견뎌 이제 어느정도 업무를 스스로 처리 할수 있어 자심감도 생겼다.

6월에는 건설안전기사 실기시험에 최종합격하여 자격증을 받았다. 60살이 넘어 건축시공기술사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낮에는 감리단장으로 근무하고 퇴근하면 기술사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는 공부에 있어서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공자의 논어에 “싫어하는 사람도 살펴야 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살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느쪽에 쏠림 없이 잘 판단하여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감리단장이 아닌 같이 일하는 동료로 생각하면서 출퇴근시 미소로 목례와 눈인사를 나눈다. 울산 동해바다의 바다안개가 피어나고 바다 냄새가 허브향처럼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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