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선거가 끝나고 나면
[경일칼럼]선거가 끝나고 나면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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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안정된 기둥을 세우려면 기초를 단단하게 다지고 주춧돌을 수평 되게 놓는다. 그 위에 수직으로 세워야 바로 선 기둥이 되고 사방에서 제 높이로 보이게 된다. 수준기나 자를 사용하지 않고 측근 사람의 말을 듣고 세우면 바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울어진 기둥에 지붕을 얹으면 비틀리며 쉽게 무너진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여 세워야 튼튼하고 수명이 길게 되는 것이다.

선거(選擧)란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이다. 곳곳에 후보자와 공약을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거린다. 후보자 사진이 부착된 차량은 골목을 누빈다. 가사를 바꾼 노래가 울려 퍼지며 목이 쉰 후보자는 거리 유세는 몰론 유권자의 손을 잡고 잡는다. 길목마다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선거원이 눈길을 끈다.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후보자 알리기에 돌진한다. 급기야 멈추면 많은 것을 잃고 승리하면 몇 배로 되돌려 받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선거 공약을 여러 사람의 눈으로 살펴보고 면밀히 검토하여 적임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겠다. 민주주의 의사 결정은 다수 의견을 최선으로 간주하기에 반드시 자기의 주장이 채택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견해를 인정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할 것이다.

유비가 어린 시절 겨울,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개울물을 건넌다. 물이 너무 차가워 되돌아 갈까하는 유혹도 생겼다. 겨우 발을 말리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노인이 보따리를 옆에 놓고 개울물을 건너 달라한다. 유비는 건너가 노인을 업고 건너온다. 노인이 경황이 없어 보따리를 놓고 왔다고 하자 유비는 한참 생각하다 가져 오겠다며 개울물에 들어선다. 노인은 보따리에 귀중품이 들어 있어 혼자 보낼 수 없다고 하고, 한참을 망설이던 유비는 노인을 업어 건너갔다가 보따리를 챙긴 노인을 업고서 건너온다.

“너는 어째서 두 번째로 나를 건너 줄 생각을 했느냐?”

“제가 두 번째 건너기를 마다하면 첫 번째의 수고로움마저 값을 잃게 됩니다. 한 번 더 건너면 앞의 수고로움도 두 배로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선비들이 입만 열면 말하는 인의(仁義)의 본체다. 빚진 자는 열배를 갚아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부리려들면 그 사람은 목숨을 돌보지 않고 일하게 된단다.”

유비는 처음에는 노인 처지가 딱하여 건네주었고 두 번째를 포기하면 앞의 수고마저 무효가 되고 한 번 더 건네주면 곱절로 고마움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노인은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도와주어야 고마움이 광채를 발휘된다고 한다.

후보자는 실행 가능한 공약(公約)을 내걸고 당선되면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추진하여야 재선 또는 다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소설 삼국지에 원소가 조조에게 크게 패하여 급히 강을 건넌다. 많은 수레며 금은보화 및 진중에서 쓰던 서책과 문서까지 버려두었다. 조조 진영에서 수거하고 문서를 뒤지자 편지 한 묶음이 나왔다. 허도에 있는 대신들이나 조조의 부하 장수들이 원소와 몰래 주고받은 것이었다.

“이름을 밝혀내 죽여야 합니다.”

조조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원소의 세력이 강할 때는 나조차도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그랬을 진대 하물며 딴 사람들이야 어떻겠느냐!”

그러고는 묶음도 풀지 않은 채 불태우게 한 뒤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앞으로 이일은 두 번 다시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해라!”

조조의 일생을 통해, 아니 소설 삼국지를 다 털어 가장 광채 있는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승자의 관용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휘황한 영웅정신의 광채이기 때문이다.

조조를 간웅이라고 하지만 삼국 중에 가장 넓은 영토를 거두었고 지략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병영 근처 유휴지에 둔전을 실시하여 백성들이 안전하게 농사를 짓게 한다. 능력위주로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의견을 활발하게 제시토록 하였다.

당선인은 선거를 도와준 특정인에게 신세를 갚는다는 생각은 편협하다. 민의 대변자로서 공정해야 할 것이다.

지면과 수직된 기둥은 제 높이를 보여준다. 어느 쪽이나 같은 모양이며 중력과 같은 방향이라 안정되고 탄탄하다. 기울면 제 높이가 되지 못하고 한쪽은 가까워지며 반대쪽은 그만큼 멀어지듯 민심이 편향될 수 있다. 기반이 흔들리면 기둥은 중력에 어긋나 불안하게 되고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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