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1일 800㎜의 살인적인 물폭탄·초강풍 대비 시급
[경일시론]1일 800㎜의 살인적인 물폭탄·초강풍 대비 시급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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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지난달 8일께 서울 동작구와 충청권에 기록적인 물폭탄 폭우의 악몽이 채 아물기도 전에 어제 400~1000㎜의 폭우를 동반한 초강력 괴물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덮쳤다. 하늘에 구멍에 뚫린 것 같은 폭우·강풍·해일로 쑥대밭이 되어 많은 재산을 송두리째 뺏어갔다. 삶의 터전을 역대급 강풍과 수마가 삽시간에 할퀴고 간 뒤끝이 전쟁터를 방불케 해 너무도 처참했다. 비정상적인 폭우·강풍이다.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비를 잘해 과거 같은 큰 피해는 막았지만 피해지역은 너나없이 망연자실 상태다. 만조 때라 물난리와 강풍으로 피해가 컸다. 피해를 당한 이나 화를 모면한 모두가 피해 현장 앞에 할 말을 잃었다.

도심의 물바다로 서울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변은 단적인 예일 뿐이다. 동작구에 1시간 동안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141㎜(누적 417㎜)의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졌다. 박원순 시장 당시 전임 오세훈 시장이 10여년 전 대용량 빗물 터널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 호우 피해를 키웠다. 지하에 빗물을 담을 ‘대심도 터널’이 건설됐다면 피해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혹자는 “인재가 부른 천재라는 뼈저린 분통의 비판”이 나온 이유다. 폭우·강풍의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이상기후 위기의 돌변은 세계 곳곳서 일상적인 현상이 됐다. 강력 태풍과 100~200년 강우빈도의 시설을 위해선 수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면 정부, 국회, 지자체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강풍·맹우(猛雨) 때 순식간에 주택·상가·농지·공공 시설물 등이 홍수에 잠기거나 매몰, 파괴로 아수라장이 되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피해를 키웠다. 도심의 포장면적이 많아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기후 위기로 폭우가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는 극한 폭우·태풍 양상은 이미 예견돼온 터다.

생각만 해도 무서움이 느껴지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때 역대 최대 1일 강수량은 강릉에서 870㎜의 기록이 있다. 이런 폭우가 전국 어느 곳이든 오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당할 것이다. 세계기상 관측 사상 24시간 최고 기록인 1825㎜가 1966년 1월 7~8일 동아프리카 레위니옹의 해발 2990m 지점서 관측됐다. 올해 유럽은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라인강 등 주요국의 젖줄에 비상이 걸렸고, 운하가 멈춰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파키스탄은 석달 홍수로 국토 3분의 1이 홍수에 잠기고 1100여 명이 숨지고 3300만 명의 이재민 발생했다.

100~200년에 한 번의 강풍·폭우에 대비, 무조건 막대한 세금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엔 항상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 자연 재난을 완벽하게 막기란 말처럼 쉽지 않지만 행정의 기본이다. 폭우·태풍은 불가항력의 측면이 있지만 기본을 지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치수 대책이 제왕의 중요한 임무였던 이유를 새삼 느끼게 한다.

눈앞에 닥친 기후재앙의 이변은 미래보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됐다. 자연재해 발생의 섬뜩한 기후위기 경고도 어느 정도 익숙해 졌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강풍의 역습에 또 한 번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최근 수년간 ‘경험하지 못한 극한 현상’의 발생이 잦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앙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 확인된 셈이다. 폭우와 사나운 강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에 따라 참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아열대성 기후변화로 200년 강우 빈도에서 볼 수 있는 1일 800㎜ 이상의 살인적인 국지성 물폭탄과 초강력 태풍이 닥칠 가능성을 감안한 방제시스템의 재설계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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