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교실 식물
[교단에서]교실 식물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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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시인·교사)
허미선 (시인·교사)


개학 전 주가 되면 선생님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교실 정리로 분주하다. 교실을 말끔히 치워 놓으신 선생님이 돌아가고 난 후 교정 한 쪽에 여름방학 동안 죽어 버린 식물과 흙을 부어서 모아 놓은 곳을 볼 수 있는데 시선이 자꾸 그쪽에 가 머문다. 저 화분을 저렇게 쏟아부으면서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생의 마감을 보는 것은 늘 가슴 아린 일이다. 그래서 몇몇 선생님들은 “나한테 오면 화분이 다 죽어 나가요. 그래서 식물 키우기가 무서워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물의 정서적 치유효능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교실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미력한 힘일지라도 식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식물의 자람을 관찰하는 것은 생명을 알아가는 일이며 아울러 생명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내가 지은 시 ‘어리연꽃’을 살펴보면 식물을 통한 공존의 정서가 나타난다. ‘마음이 가는 곳에/피었으나/피었다 하지 않고/말끔한 이슬방울 달고/동글동글 잎사귀들 달고/노랗게 시간이 멈췄다.’ 이처럼 관찰 기록을 목적으로 키우는 식물이 아니더라도 그냥 교실에 있는 식물과 우연히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도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아마 푸른 지구를 꿈꾸고 가꾸는 데 마음을 둘지도 모른다.

교실 환경의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보면, ‘코로나19로 교실의 환기를 자주해야 한다. 에너지가 충만한 아이들의 활동으로 미세 먼지가 발생한다. 하루 중 대부분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수업과 업무로 전자파와 함께하고 있다’라는 점 등이 있다. 따라서 공기정화나 전자파 찬단 효과가 있는 식물이 교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다면 식물의 한살이를 관찰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죽을까봐 무서워서 식물 키우기를 포기하는 것보다 교실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며 선배 선생님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조언도 들어 보아야 한다. 잎을 보는 관엽식물들은 대부분 생존력이 강하고 공기정화 효능이 있다. 덩굴성으로 스킨답서스, 아이비, 호야 등이 있고 고무나무류도 병충해에 강하며 잘 자란다. 꽃을 보려면 다양한 제라늄과 잎 넓은 호접란도 좋다. 때 되면 꽃을 피우는데 관엽식물보다는 손길이 더 필요하다. 선생님의 컴퓨터 주변엔 작은 다육화분이나 향기 좋은 장미허브를 놓아도 된다. 이들은 물 주기를 잊고 있어도 생존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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