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가 가야 할 길
[여성칼럼]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가 가야 할 길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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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선생님, A와 B가 싸워요”라는 말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의 의미와 같이 서로 다름을 조율해 가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선생님, A가 B를 때려요” 혹은 “선생님, B가 A한테 맞아요”는 상호관계는 없고 일방적인 관계만 있는 폭력 상황을 말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의하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폭력은 예방이 우선돼야 하고 폭력이 발생했다면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고 가해 행위에 따른 책임은 당연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이 바탕되어야 한다. 행위가 있고 그 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행위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억울한 피해자도, 하지 않았거나 행위 대비 과한 처벌을 받는 억울한 가해자도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운영되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2020년 3월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됐다.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위로 변경되며 높은 전문성을 기대했다.

학교폭력대책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안 조사다. 모든 판단과 의결은 객관적인 사안 조사가 바탕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학교측의 전담기구에서 조사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발생한다. 아동 혹은 청소년이 학교 안에 연결되어있는 관계 속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해당 학교 관계 속에서 피해 학생이 피해를 입증해내고 가해 학생으로 신고된 학생이 객관적인 자신의 입장을 소명해 내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학교와 관계되지 않은 외부 전문가로 조사단이 꾸려져야 한다.

문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구성에도 있다. 학교폭력대책위 구성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의해 전체 위원의 1/3 이상을 관할 교육청 내 소속된 학생의 학부모로 구성한다. 학교의 주체인 학부모가 위원회 구성에 포함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필자 또한 초등학생 학부모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객관성이다. 사안 인지가 편파적이거나 의결과정에 청탁이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 좁은 지역에서 누구의 학부모가 무슨 직책을 맡고 있으며, 학부모회 인맥이 ‘지인 찬스’가 되고, 평소 내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이라는 말이 힘이 된다. 또한 ‘위원회’는 민주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피해자가 보호받고, 행위자가 책임을 지는 대책을 위함이다. 그렇다면 전체 위원의 1/3을 차지하는 학부모 위원의 객관성과 전문성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학교측 조사를 바탕으로 심의위원들이 당일 개인적으로 파악한 내용의 깊이에 따라 심의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사단이 심의위원회에 의무 출석해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 절차가 없다. 따라서 심의위원들이 당일 피해자와 신고된 가해학생을 상대로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또 한 번 조사하는 형식이다. 이는 피해·가해를 떠나 이 자리에 출석해 10여명의 위원들에게 질문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겐 또 다른 폭력이다.

학교 내 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가 보호받고 행위자가 교육적 책임을 지는 대책을 위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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