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 ‘방구뽕’씨에게 전하는 위로
[경일춘추]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 ‘방구뽕’씨에게 전하는 위로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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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설 (깔깔숲 대표)
정은설 깔깔숲 대표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 방정환 선생이 어린 아동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이다. 주린이, 요린이, 골린이 등 요즘 젊은 세대에 만연한 ○○린이라는 표현들이 씁쓸하다.

얼마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피리 부는 사나이 편에 나오는 ‘방구뽕’씨는 과도한 학습과 경쟁에서 아이들을 빼내어 지금 당장 놀아야한다는 어린이 해방운동을 외친다. 아들 셋을 서울대에 보낸 유명한 무진학원의 원장은 그 스펙으로 학부모들의 신임을 받아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머니. 선생님으로 빛나지만, 그녀의 막내아들 방구뽕씨의 유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학원가는 버스를 탈취해서 자칭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이라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말과 행동들은 어린 시절 그가 간절히 바라던, 그러나 경험해보지 못했던 친구, 선생님 혹은 부모들의 모습이였을 것이다. 방구·똥·오줌…. 이런 원초적 단어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해방감 때문이다. 방구뽕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이 작가는 천재구나 싶었다. ‘미성년 납치 유인’ 혐의로 체포된 방구뽕씨는 이런 말을 한다. “어린이는 웃지만, 어른은 화를 내는 이름을 갖고, 그 이름에 걸맞게 사는 것, 그것이 내가 하려는 혁명”이다.

구속된 방구뽕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정신이 아프고 모자란다고 선처를 구하지만 정작 자신이 아들에게 무엇을 잘 못 했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고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고 잘 자라도록 배려하고 존중해야한다’고 하셨다.

필자는 ‘깔깔숲놀이터’의 도토리샘이다. 방구뽕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먹고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던 숲에서 매일 자연을 교실 삼아 놀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는 그냥 놀이가 아니다. 학교에서나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는 일방적인 학습이 아닐 뿐이지 높은 언덕을 오르며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음을 계획하는 슬기로움을 배우면서, 자신의 몸무게의 몇 백배 무게를 감당하는 개미의 관절을 관찰하고, 도롱용의 꼬리 끊어짐의 위치와 재생시간 등을 기록하는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서 문제지만 푸는 아이들보다 훨씬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다. 자연에서 날씨와 계절을 가늠하여 스스로 계획하는 놀이들을 하는 아이들이야 말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세대에 더 필요한 배움을 받고 있지 않겠는가? 필자도 방구뽕씨처럼 부모혁명과 부모선언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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