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잔디가 왜 거기서 나와
[경일칼럼]잔디가 왜 거기서 나와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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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김태욱

‘출입금지!’ 이 만큼 대단한 조치가 없다. 한번 조성된 잔디를 보면 필히 그 녹색의 푸름을 즐기고자 상춘객이, 그 외 누구라도 이 잔디를 밟고 다니면서, 돗자리도 펴고, 잠시나마 휴식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잔디 관리자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이 대단한 조치가 탄생했다.

출입금지! 세금을 들여 조성한 잔디를 누구라도 훼손하면 안 된다. 잔디는 반드시 관상용으로만 존치해야만 한다. 이제 잔디는 그 존재 자체가 목적이 된다. 이를 활용한 더 나은 서비스나 효용가치가 더 큰 무엇인가가 있더라도, 결코 잔디의 보전이라는 지상최대의 과제보다 뛰어날 수 없다.

주차금지! 이 보다 뛰어난 조치가 없다. 무릇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 그 곳에는 일거리가, 아니면 먹거리가, 볼거리가 있든지 하는 법이다. 그 곳에 사람이 모인다면 그래서 차량이 몰린다면, 알아서 주차를 해야 한다. 집객의 효과를 누리는 수익자가, 그 일대의 발전에 따른 부수효과를 누리는 자가 당연히 주차장을 알아서 만들어야 한다. 길이 막힌다며 제기한 민원으로도 당장 주차는 불법이며, 그 곳을 찾는 사람도 잠재적 범죄자이고, 소위 쓸데없이 그 곳을 개발시켜 사람들이 모이게끔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실행에 옮긴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의 잠재적 범죄에 가담한 꼴이다. 지역 상인들이 협심하여 특화를 시키고 길거리에 벽화를 조성하고 인기 연예인을 초청하여 이벤트를 개최하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든 말든, 공물인 도로를 차량으로 뒤덮은 죄, 막힘없던 도로에 정체와 지체를 가져온 죄는 괘씸하다. 그래서 그 대단한 조치가 탄생했다. 주차금지! 공공 주차부지를 만들자니 세금을 써야 한다.

최근 공영방송 라디오에서 진주시 및 인근의 드라이브 쓰루 (Drive-through)에 대하여 비난의 논조을 강화했다. 개발에 의하여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개발을 통해 지대상승, 상권강화, 투자수익 등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는 결국 동시대 사람들의 몫이다. 공영방송에서 대 놓고 차량통행에 장애가 되는 드라이브 쓰루를 다뤄야했는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주차할 시간도 부족해 빠른 시간내에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그 많은 수요에 재빨리 대응하는 그 누군가가 투자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용과 세금을 창출한다. 평온했고 막힘없는 곳에 살던, 또는 그 지역을 늘상 통과해왔던 사람들은 갑자기 차량이 늘어나고 통행까지 지체된 바를 견딜 수 없고 그래서 피해를 주장한다. 여기에 투자를 하여 개발을 도모하는 사람은 역시나 절대악으로 규정되는 프레임에 갇힌다. 그리고 공영방송은 마침내 차량정체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자는 더 없이 멋진 아이디어까지 보도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이에 상응하는 도로가 충분히 개설되지 아니한 경우 필히 자량정체가 발생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무런 대책 없이 주거단지를 제공’한 개발업자와 지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평온하기 그지없었던 도로에 정체와 지체를 유발한 해당 아파트 단지에 차량정체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자는 아이디어는 단 한번도 들어본 바가 없다. 대규모라는 이유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면 그 불편함을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고, 소수라는 이유로 그 반대편에 선 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면 그 불편함은 수익자가 해결해야 하나? 드라이브 쓰루로 인한 사회적 편익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분석도 없이, 드라이브 쓰루에 ‘무분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마치 사회적 악의 축인 마냥 보도하는 공영방송은 어디서 그 근거를 가져왔나. 행여나 그 방송을 기획한 높은 분들이, 그 드라이브 쓰루에 들려서 손쉽고 빠르게 커피 한 잔을 픽업하며 ‘그 편리성’을 단 한 번이라도 누렸는지 묻고 싶다. 잔디야, 역시나 네가 제일 만만하다. 당연히 출입금지를 해야 하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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