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고구마, 너의 이름은?
[농업이야기] 고구마, 너의 이름은?
  • 경남일보
  • 승인 2022.09.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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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중앙아메리카와 남미 베네주엘라가 원산지이다. 주로 아메리카에서 재배되다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을 거쳐 일본을 통해 조선통신사였던 조엄 선생에 의해 1763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로부터 250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가지 색깔과 더불어 맛과 품질이 우수한 품종이 육성돼 농민들에게는 높은 소득을 보장 해주는 효자작물이 되었다.

고구마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곁을 지켜왔다. 도입된 이후 1970년대까지는 구황작물로 부족한 식량을 대신했고, 쌀 자급을 이루어 낸 이후에는 주로 주정으로 활용됐다. 재배면적이 감소하다가 2000년대부터 건강식품으로 다시 인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고구마에는 탄수화물, 섬유질, 비타민뿐만 아니라 베타카로틴, 안토시아닌과 같은 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돼 있고, 미국의 식품영양운동단체인 공익과학센터(CSPI)에서는 건강식품 10가지 중에서 고구마를 첫 번째로 선정하기도 했다. 고구마는 종류와 특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고구마를 나눌 때 흔히 말하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는 육질의 특성으로 분류한 것이고 고유의 이름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육성된 모든 품종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이름을 지었다.

전분 함량이 높아 밤처럼 분질형을 보이는 고구마를 밤고구마라고 한다. 특히 육질이 단단해서 물기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이러한 고구마들은 보통 ‘栗’(밤 율)자를 붙이는데 율미, 신율미, 진율미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수분함량이 높으며 베타카로틴(고구마 속 색이 옅은 주황색) 함량이 높아 조리 후 선명한 노란색을 보이는 고구마는 호박고구마라고 하며 이름은 ‘黃’(누를 황)자가 들어 있다. 주황미, 신황미, 건황미, 연황미 등 품종 이름을 지닌 호박고구마 품종들이 있다. 또한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진한 자색을 띠고 있는 자색고구마는 ‘紫’(자주빛 자)를 붙이는데 자미, 신자미, 연자미, 단자미가 있다. 저장 중에 단맛이 증가해 꿀같이 맛이 좋은 고구마를 꿀고구마라고 하는데 국내 품종에서는 소담미가 유일하다.

물론 모든 품종이 이렇게 명명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짓는데, 다수가 좋아하는 품종이라는 다호미, 호감가는 품종이라는 호감미, 육질이 부드러운 보드레미, 호감미와 풍원미의 장점을 지녔다는 호풍미, 순이 부드러워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통채루 등이 있다. 이렇듯 고구마도 제각기 이름을 갖고 있으나 실제로 시중에서 호박고구마, 밤고구마, 꿀고구마 등의 이름으로 통칭돼 판매되고 있어 어떤 경우에는 여러 고구마 품종이 섞여서 맛이 균일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호박고구마 한 상자를 구입했을 때 어떤 품종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품종에 따라 후숙되는 시기가 다르다 보니 예전에 샀던 고구마의 맛과 지금 산 고구마의 맛이 다른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고구마도 다른 작물들과 같이 품종명을 알고 재배하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생산자는 품종에 따른 최적재배방법이나 주요 병해 등을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는 원하는 맛의 균일한 품질을 지닌 고구마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시장에서 풍원미, 호감미, 진율미, 소담미 등의 품종명으로 유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품종이 자기 고유의 이름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진영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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