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부족한 문해력은 본질의 일부일 뿐
[대학생칼럼]부족한 문해력은 본질의 일부일 뿐
  • 경남일보
  • 승인 2022.09.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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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경남대 학보사 편집국장)
정유정 경남대 학보사 편집국장


요즘은 10·20대의 부족한 문해력에 관하여 다루는 글이나 TV 프로그램이 많다. 기본적인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기성세대와의 의사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문해력 이슈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그라들 때쯤이면, 새로운 단어에 대해 ‘앎’과 ‘알지 못함’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는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담당자가 SNS에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이 글이 올라가자마자, SNS 이용자들의 시선을 이끌게 되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공지에 관해 “나는 심심하지 않은데, 무슨 심심한 사과냐”,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심심한 사과라니. 진정성이 없지 않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이해한 ‘심심하다’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카페 운영자가 사용한 의도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의 심심(甚深)이었다.

이에 일부 이용자는 “일상에서 한자어를 남발하는 기성세대의 문제다”라고 하며, 오히려 10·20세대 문해력 부족이 문제가 아님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불거진 문해력 문제 중 ‘무료하다’를 두고 생각해봤을 때, 기성세대만의 문제라곤 할 수 없는 것 같다. 일상어의 교체가 이뤄지며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생겨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에 계속해서 사용해왔던 말들에 “왜 이런 말을 쓰냐. 난 모른다”하고 배척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옳지 않다. 만약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단어라면, 뜻을 찾아보거나 맥락을 이용해서 배워나갈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또한 내가 사용한 단어에 대해 상대방이 이해를 어려워할 때에 무조건 “당신의 문해력 부족”으로 트집만 잡을게 아니다. 알아듣기 쉬운 대체 단어를 생각해낸다거나 뜻을 알려줌으로써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문해력 문제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지, 잘 모른다고 해서나 어려운 말을 쓴다고 하여 비판만 하는 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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