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중학생·上]
2022 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중학생·上]
  • 강진성
  • 승인 2022.09.1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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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되어준 선생님, 아들딸이 되어준 제자
꿈키움·다문화 학생-교사 3박 4일 여정
함께 보고 먹고 자며 끈끈한 교감 이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선생님과 제자의 진한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경상남도교육청이 주최하고 경남일보가 주관하는 ‘꿈키움교실 활성화를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이 사회적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에 재개됐다. 올해 문화탐방지는 ‘제주도’다. 제주는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과 볼거리를 다 잡을 수 있는 최적지다.

꿈키움 사제동행은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꿈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배움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여정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 4·3평화공원과 제주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주교육박물관 등 문화와 역사를 골고루 느낄 수 있는 3박 4일 일정으로 떠났다. 학교에서만 보던 선생님과 제자는 처음 떠난 여행에 어색함을 풀고 부모와 자녀처럼 끈끈한 정을 쌓았다. 지난 8월 떠난 경남의 사제동행을 중학생편과 고등학생편으로 나눠 각각 상·하 총 4회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중학교 사제동행 문화탐방 첫날 12개 학교 학생 및 관계자들이 성산일출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오랜만의 나들이=8월 16일 새벽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섰다.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기 위해 거창 서상중학교와 하동중학교 학생들은 별을 보며 출발했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공항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진주에서 하루를 묵었다. 설레는 마음에 친구들은 밤새 수다로 꼬박 밤을 새웠다.

올해 사제동행 문화탐방 중학교 여정은 △양산중앙중학교 △거제 연초중학교 △고성동중학교 △함안중학교 △남해 상주중학교 △마산여자중학교 △함양 서상중학교 △진주 반성중학교 △하동중학교 △김해 수남중학교 △산청중학교 △창원 양덕여자중학교 등 12개 학교가 떠났다. 학교마다 인솔교사와 꿈키움교실·다문화가정 등 학생 4명씩 동행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떠나는 먼 여행길에 잔뜩 기대가 부풀었다. 김해공항에 12개 학교와 관계자 등 70명이 모였다. 학교는 달라도 서로 의지할 친구들이다. 우리는 경남교육청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무심한 하늘=제주공항은 거센 바람과 잔뜩 구름낀 하늘이 우리를 맞았다. 버스 2대에 나눠 타자 현지 가이드는 날씨 이야기부터 꺼냈다. 제주는 지금까지 쨍쨍했던 날씨였는데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단다. 내일은 큰 비가 예보된 상태였다.

애꿎은 날씨때문에 일정이 바뀌었다. 내일(17일)로 예정된 우도 탐방이 사제동행의 첫 탐방지가 됐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섬 우도. 학생은 물론 인솔교사도 대부분 첫 방문이다. 차량까지 실을 수 있는 카페리에 올라탔다. 첫 날 비행기 타고 버스로 이동해 배까지 탔으니 기차 빼고 모두 경험했다. 하긴 제주는 기차가 없으니 모든 교통수단을 경험한 셈이다.

다행히 우도가는 길은 화창한 날씨로 변했다.

우도에서는 현지 미니버스가 우리를 기다렸다. 첫 목적지는 검멀레마을. 언덕에서 바라보는 소머리오름의 경치가 일품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첫 단체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태풍같은 바람에 포즈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산호해수욕장에서 바람을 맞으며 풍광을 즐기고 있다.

우도에 왔다면 꼭 먹는다는 우도땅콩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혔다.

미니버스에 다시 올랐다. 다음 일정은 산호해수욕장. 좁지만 100여m 되는 직선 도로가 나오자 기사 아저씨가 입담을 털어 놓는다. “여기가 제주의 아우토반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곳은 제주의 명동입니다. 커피숍도 있고 술집도 있습니다.”

곧 도착한 산호해수욕장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얀 모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크고 작은 흰 자갈은 사실 모래다. 해양조류인 홍조가 해안으로 쓸려와 퇴적된 홍조단괴 산호해변이다. 국내에서 유일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모래 반출이 금지돼 있다. 이미 버스기사 아저씨는 “모래를 가져가다 발각되면 징역 5년에 벌금 5000만원에 처하게 되어 있다”고 농섞인 주의를 준 상태다.

이국적인 해변에 도착한 학생들은 긴장했던 마음도 풀어진다. 각자 사진찍기에 여념없다.

◇성산일출봉 다음엔 꼭 오르리라=우도 다음 행선지는 99개 봉우리로 둘러싼 성산일출봉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에 학생들은 우도에서 진이 빠졌다. 성산일출봉의 빼어난 풍광도 잠시. 정상에 오르는 일은 다음 기회로 넘겼다. 구름은 이미 하늘을 모조리 덮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빠질 수 없다. 성산일출봉이라는 한자가 선명한 표지석 앞에서 ‘팀 경남교육청’의 첫 단체사진을 남겼다.

버스는 숙소가 있는 제주시로 이동했다. 식사 후 숙소에 도착하자 폭우가 쏟아졌다. 하늘도 학생들을 걱정했는지 도착할 때까지 참았나보다.

◇잊지말아야 할 비극 4·3사건=사제동행 둘째날. 제주는 하루종일 비소식이다. 빗속에 버스가 도착한 곳은 제주 4·3평화공원. 일제 해방 이후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 발생한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를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남한 단독 선거에 제주도민이 반발하자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학살됐다.

한 집 건너 피해자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54년 9월 21일까지 무장대와 토벌대에 의해 숨진 희생자는 1만 715명, 행방불명 3171명, 후유장애 142명 등 1만 4000여명에 달한다. (이 넘는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제주도민의 8분의 1이 숨지거나 행방불명(3만~8만명)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4·3 평화공원 전시관을 둘러보자 숙연해졌다. 학생들은 복잡한 역사의 진실은 어렵게 들렸지만 다시 반복되서는 안되는 일로 비쳐졌다.

하동중학교 이지은(1학년) 학생은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하호호’ 분위기 익는 성읍민속촌=빗줄기가 그칠 줄 모르는 사이 도착한 곳은 성읍민속촌. 제주의 옛 가옥을 둘러보며 인솔교사와 학생들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화장실과 흑돼지 사육장소로 사용되던 ‘통시’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선생님들은 즉석 가이드로 변신해 설명하기 바빴다. 민속촌 곳곳에 있는 돌하르방은 사진 포인트. 선생님은 사진사로 학생들은 모델이 됐다. 민속촌을 한바퀴 돌아나오자 인솔교사와 학생들은 끈끈한 사제지간이 됐다. 말썽 부리던 아이들도 선생님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인솔교사들도 자녀와 함께 여행 온 가족처럼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함께 보고 즐기는 사이 학교에서는 만들 수 없었던 교감이 이뤄지고 있었다.

창원 양덕여중 안예윤 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주에 와서 들떴다”며 “제주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근세 사제동행 문화탐방 인솔단장(경남자영고 교장)은 “이번 사제동행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간극을 없애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문화탐방 행사를 위해 헌신한 인솔선생님과 교육청 관계자 그리고 이 여정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제주공항에 도착한 학생들이 버스로 이동하기 위해 모여 있다.
우도에 도착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을 맡은 선생님이 사진을 찍기 위해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우도에서 사제동행 이근세 단장이 거제연초중학교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우도에서 소머리오름을 배경으로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우도 산호해수욕장에서 고성동중학교 학생과 선생님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도 일주 관광을 맡은 미니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우도 산호해수욕장에서 학생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파도를 피하고 있다.
우도 산호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학생들이 성읍민속촌에서 제주의 옛날 화장실인 ‘통시’를 보고있다.



 
성읍민속촌 대장금 촬영지를 둘러보고 있다. 선생님은 옛 생각을 했지만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신기한 모습을 보였다.
사제동행 내내 찰떡궁합을 보인 하동중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성읍민속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3평화공원 전시관에서 학생들이 희생자를 위로하는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4·3평화공원 전시관을 둘러본 학생들이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글을 나무에 걸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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