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진양(晉陽)을 생각한다
[기고]다시 진양(晉陽)을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9.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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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용 (진주시의회 부의장)
최신용 진주시의회 부의장


진양호, 진양교, 진양도서관, 진양농협.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진양이라는 수식어를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이름들이다. 아마 진양이라는 이름은 40대 이상의 진주시민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추억의 지명이다.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낙후의 농촌 이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와 같고 언제나 내 뒤를 지켜주던 당산나무와 같은 든든한 이름이 바로 진양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진양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쉽게 잊혀지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그 잊혀진 이름에 밀려 진양이라는 가치마저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안타깝기만 하다.

진주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 태조 때인 940년이다. 진양이라는 이름도 태조 이성계의 부인인 강비(康妃)가 진주 출신이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1392년 진양대도호부로 개칭한 것에서 시작된, 600년 이상 된 명칭이다. 실제로 진주성은 진양성으로 더욱 많이 불렸으며, 진주의 대성(大姓)인 강(姜)·하(河)·정(鄭) 3성(姓)도 모두 진양강씨, 진양하씨, 진양정씨로 더욱 많이 불렸었다. 또한 부사 성여신(浮査 成汝信)이 편찬한 최초의 향토지도 진양지(晉陽誌)로 명명하고 있어 진양이라는 이름은 진주보다 더욱 널리 불렸던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이러한 진양이라는 명칭이 우리 기억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아마도 1939년 당시 진주군이 남한에서 11번째로 부(府, 지금의 시)로 독립한 뒤, 외곽의 15개 면 지역을 관할하는 진양군이 생기면서부터라고 생각된다. 이후 진양군의 위세는 매우 당당해서 진양군의 인구는 1972년까지 진주시 인구 12만명보다 더욱 많았다. 또한 도청에서 군부의 번호를 매길 때도 진양이 1번을 차지하고 있어 진양의 군세는 매우 컸었다.

그런데 1995년 도농통합시인 진주시가 탄생한 후 진양이라는 이름이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통합 당시 7만 6000여 명에 달하던 구 진양군 지역의 인구는 현재 6만 6000명에 이르고 있어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매우 참담하다. 시내와 인접해 도시화가 진전된 문산, 금산, 내동, 정촌, 명석, 집현의 6개 읍면 인구는 4만 7000여 명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한 나머지 10개 면 지역의 인구는 1만 9000여 명에 불과하다. 특히나 이들 외곽 지역에 있던 학교들이 폐교했거나 신도시 등으로 이전될 계획이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지역소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마치 진주라는 자식에 모든 것을 내어줘 병들고 아픈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 바로 지금의 진양이 아닐까? 이에 필자는 외곽 인구밀도가 낮은 10개 면지역을 담당하는 진양부흥담당을 신설한 후 동서남북 4개 권역의 중심지를 인근 지자체와 더불어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 동부 5개면은 일반성을 중심지로, 남부는 고성의 영오, 영현, 개천과 연계해 금곡을 중심지로, 북부는 미천과 의령의 화정과 더불어 대곡을 중심지로, 서부는 대평과 하동의 옥종과 연계해 수곡을 중심지로 각각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2000명 남짓의 각 중심지 권역 인구를 5000명 수준으로 계획하고 인근 지역과의 편리한 교통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것들은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연합 모델로도 추진할 수 있으며, 또한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시내에 집중된 각종 기관들을 분산 이전하는 한편 다양한 테마로 지역을 특화시켜 나가는 등의 방법을 통해 침체된 지역을 살려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진주라는 큰 그늘에 가려져 진양의 지역소멸에 너무나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진양은 진주의 뿌리이자 부모요 진주라는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무대와 같은 곳이다. 진양이 튼튼해야 진주라는 열매도, 자식도, 무대 위의 주인공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진주의 모태인 진양을 다시 생각하며 진양의 재도약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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