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정년(停年), 선출직 공무원은?
[경일시론]정년(停年), 선출직 공무원은?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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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헌정사 진기록의 하나인 3선 국회의장, YS와 JP와 더불어 최다선인 9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준규 전의장은 15대 국회 후반기 수장이었다. 의사봉을 마치 야구 방망이 휘둘 듯, 크고 호쾌한 액션을 보였던 모습이 선하다. 간간히 터져 나오는 의석에서의 잡담과 야유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독출했다. 의장의 육중한 권위에 말대답하는 의원은 드물었다.

두번의 국무총리를 지내고 역시 9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JP가 일본을 방문하면 그 나라 중·참의원 20~30명이 공식이든 그렇지 않든 수행했다. 한일 외교가 경색되면 일본 총리 등 요로에 전화 몇 통으로 현안을 풀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회담때 그의 협상 파트너였고 훗날의 총리로 당시 외상(外相)이었던 오오히라 마사요시 비서였던 모리 요시로가 1999년에 총리에 올랐으니 그의 위상과 권위를 짐작할 만 하다. 두 지도자가 9선에 도달했을 때가 모두 칠순을 한창 넘긴 때였다.

임기와 선출방식이 다르지만, 일본과 미국에서는 20선 전후 국회의원이 드물지 않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오자와 이치로는 같은 지역구에서만 19선 의원이고, 얼마전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18선, 친밀한 지한파로 연전에 작고한 존 딩겔은 28선 하원의원이었다. 정년없는 선출직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각각 비공식이긴 하지만 총리를 자신의 집으로 호출하는 경우도, 외국 순방시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거나, 지역구에 ‘자신의 날’을 지정받은 명망가들이다.

공무원을 포함한 공직자, 공·사립을 불문하고 초중등 및 대학교원이나 기업에 종사하는 회사원 혹은 군인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에외없이 그 직을 내려놔야 하는 정년이 있다. 60세, 길어도 65세에 근로영역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람의 인지적, 육체적 능력 등 직무수행 역량을 고려한 불가피한 제도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지방 및 국회의원,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이 그들이다.

사람이 삶을 구가하는 인생주기는 각각 특정한 연령대와 열정의 정도가 맞물리는 이치가 있다. 젊을 때 보는 섭리와 물정의 역학을 겪고 보는 인생사는 그 무게와 정도의 차이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내용이 형식보다 훨씬 중요할 경우도 있지만 시스템이 콘텐츠의 줄기를 바꾸는 사례도 생긴다. 모두 인식은 연령대에 따라 달리 자리 잡는다.

지자체를 이끌거나 입법활동에 종사하는 선출직공무원의 자질 요목에 어느 하나만이 요구될 일은 아니다. 가정에 어른이 있으면 질서가 있고, 아이가 있어야 생동이 더한다. 초재선의 활력과 다선의 경륜의 빛나는 조화가 필요한 지대란 말이다. 나이와 연관된 선택은 유권자 몫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온전한 역량을 발휘하는 다선 혹은 경륜의 거물 지도자를 보유한 거대정당도 체질 연소화를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다. 유권자의 변화와 혁신 갈망에 따름이다. 역동성과 기민성을 지닌 젊음이 노령의 그것보다 우세한 수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단체장의 사정과 달리, 당장 차기 총선 공천에 있어 여당은 실질적 리더인 현직 대통령 연령을 표준으로, 거대 야당은 투쟁을 담보할 50대 이하에 방점을 두는 정황이 곳곳에 포착된다. 이미 집권당의 집권자 나이가 묵시적 기준이 된 전례가 있다. 이명박정권 때인 18대가 그랬다. 대통령의 실형(實兄) 공천파동의 원인도 거기에 있었다. 지금 제 1야당의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모두가 50대란 사실도 그 기조의 한편이다. 정년이 없다 하여 아무나, 누구나의 무풍지재가 결코 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나라를 대표할 인품과 역량이 빼어난 다선의 경륜도, 젊은 선량도 절실한 곳이 거기다. 판단은 오로지 투표하는 주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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