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이탈리아 커피문화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이탈리아 커피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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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열매를 최초로 먹고 마신 지역은 에티오피아의 고원 지대로 알려져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전해져오는 구전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양을 치던 젊은 목동 ‘칼디’가 어느 날 양들을 몰고 좋은 목초지로 가던 중 양 몇 마리가 이상한 열매를 먹고 잠을 자지 않은 채, 밤새 뛰노는 걸 보고는 신기해하며 먹어 보았다. 칼디는 그 열매에 각성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먹고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서기 500~1000년경부터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초창기에는 요즘처럼 음료로 마신 것이 아니라, 콩을 빻고 볶아서 빵에 발라 먹었다고 한다. 목동 칼디가 커피콩을 먹은 뒤 각성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뒤, 인근 에티오피아 정교회 수도원의 수도자들에게 “이 콩을 먹은 양들이 밤새 뛰어놀더라. 그래서 내가 먹어 봤더니 각성 효과가 있더라”고 전해 주었다. 하지만 수도자들은 그 열매가 악마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그 향기에 모두가 취하듯 빠져서 커피를 볶아 먹게 됐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6세기경 에티오피아가 예멘을 침공한 것을 계기로 커피는 아랍지역으로 퍼지게 된다. 커피 이동의 중심지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였다. 이후 16세기까지 커피는 이슬람문화 권을 대표하는 음료였다. 커피는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면서 함께 전 세계로 퍼지게 된다. 본격적으로 유럽으로 전파된 시기는 16세기 후반, 오스만튀르크와 활발한 무역을 하던 베네치아공화국을 통해서였다. 1627년, 이탈리아의 파도바 대학에서 공부하다 커피를 접한 영국인 해부학자 윌리엄 하비를 통해서 커피가 영국으로 전파된다. 커피는 알콜 음료와는 달리 지적 활동을 자극하는 각성효과를 지녀서 귀족이나 성직자는 물론, 작가, 과학자 등 지식인 계층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하여 1650년에 옥스퍼드 대학 내에 커피하우스까지 생기게 된다.

16세기 말엽 오스만튀르크와 활발한 교역을 해온 베네치아공화국 시절, 동방 무역의 거점으로 부상한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커피는 이탈리아 전역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커피가 이슬람 세력을 통해 알려지다 보니, 기독교권인 유럽에서는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 이슬람의 와인, 악마의 유혹, 야만인의 음료, 등으로 폄훼하면서 나쁘게 인식했다. 그런데 야사에 따르면 대략 1600년,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맛본 뒤 “이 사탄의 음료는 이교도 놈들만 마시도록 놔두기에는 너무 맛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속하게 대중화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 후 17~18세기경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세계 최초의 카페를 비롯해 여러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19세기부터는 커피하면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커피문화의 본고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베네치아는 카페 문화의 발상지로 공인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1720년에 오픈한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은 괴테, 루소 등과 유명 문화 예술인들이 즐겨 드나들었고, 1750년에 개점한 카페 라베나(Caffe Lavena)는 두 번째로 오래된 커피점이다. 1775년에 문을 연 식당 겸 커피점인 카페 리스토란테 콰드리(Caffe Ristorante Quadri)는 스탕달과 바이런 등의 문인들이 단골이었으며, 토레파지오네 카나레지오(Torrefazione Cannaregio)는 음악가 와그너가 즐겨 찾던 커피 집으로 유명하다. 1760년에 오픈한 안티코 카페 그레코(Antico Caffe Greco)는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괴테와 스탕달 등의 문인들이 즐겨찾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나폴리는 ‘에스프레소의 수도’로 일컬어진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1900년대 초 처음으로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기계가 발명되면서 이탈리아인들의 하루 생활의 기본요소가 되었고, 하루 3000만 잔 이상 소비되고 있다. “한잔의 에스프레소는 모든 이탈리아인의 사회·문화적 의례이자 국가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탈리아를 다른 나라와 구별 짓는 사회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정부가 에스프레소 커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밝힌 취지이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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