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고교생·上]
2022 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고교생·上]
  • 강진성
  • 승인 2022.09.2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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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제주의 아픔, 제주의 신비
4·3공원 찾은 학생들 “비극 반복 없기를”
비자림 걸으며 자연 만끽…힘들어도 보람
예상 못한 재미 선사한 제주교육박물관


 
사제동행에 나선 경남 13개 학교 인솔교사와 학생들이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8월 22일. 며칠 전까지 땅을 달구던 불볕더위가 한 풀 꺾였다. 더위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여행가기 좋은 날씨다.

이날 오전 ‘2022 꿈키움교실 활성화를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 2차 탐방단이 김해공항에 모였다. 경남지역 13개 고등학교 꿈키움교실 1학년 학생과 관계자 등 70명은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참가학교는 △합천여고 △창원대암고 △마산가포고 △김해삼방고 △김해율하고 △사천고 △하동고 △산청고 △남해 경남해양과학고 △진주 진양고 △진주 경해여고 △밀양 밀성제일고 △고성중앙고 등이다.

2차 탐방단은 지난주 떠났던 중학생 동생들에 비해 날씨 복을 받았다. 하늘이 화창하다. 최고 기온도 섭씨 30도 아래를 밑돌았다.

오후 1시 20분. 제주에 도착했다. 아뿔싸! 제주공항 로비에 도착했지만 학생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항공사 잘못으로 수화물로 보냈던 여행가방이 망가졌다. 전화위복이 됐을까. 10분 정도 지나자 학생이 항공사에서 준 새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비극의 현장에서 평화를 기원하다=첫 날 일정은 여유롭다. 버스 2대에 나눠 탄 우리는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4·3평화공원을 향했다.

경남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역사알기 교류를 하고 있다. 경남지역 학생이 제주를 찾으면 4·3평화공원을 방문하고, 제주지역 학생이 경남을 오면 창원에 있는 3·15민주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반세기동안 금기된 역사였다.

1948년 4월 3일에 일어난 4·3사건의 시작은 1947년 3월 1일로 거슬러간다.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이 남과 북을 통치하는 가운데 통일독립정부 수립은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해 3·1절 기념식에는 제주도민 3만명이 모였다. 기념행사 후 일부 청년들이 가두시위를 벌이던 중 일이 터졌다. 말을 탄 경찰이 어린아이를 치고 그대로 가려하자 구경꾼들은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이에 대항해 경찰이 발포하자 갓난아기를 안은 여인을 비롯해 초등학생, 농민 등 6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8명이 총상을 입었다. 대부분 등 뒤에서 총탄을 맞은 것을 보면 도망가는 군중을 향해 발포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미군정과 경찰이 시위 주동자를 잡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주민과 극렬한 대립이 시작됐다.

제주도민의 분노는 민간뿐만 아니라 제주도청 등 관공서까지 총파업으로 번졌다. 결국 미군정은 민심수습보다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초토화작전에 나선다.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 동안 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 확정된 정부의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2만 5000명~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4·3평화공원은 비극의 역사를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승화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학생들은 4·3평화기념관에 들어서자 숙연해졌다. 4·3사건 영상물 시청에 이어 7년 7개월의 비극이 기록되어 있는 전시관으로 향했다.

진지한 표정의 학생들은 기록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비극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산청고등학교 류해민 학생은 “TV를 통해 4·3사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지만 전시관을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처참했던 사건이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편지를 남기며 평화를 기원했다.

◇제주 탄생의 신비=사제동행 둘째날인 23일. 버스는 제주 거문오름 입구에 위치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도착했다.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자연유산이다.

전시관은 화산폭발로 생성된 제주의 탄생에서부터 제주의 자연을 소개하고 있다.

또 거문오름용암동굴을 실제처럼 재현해 동굴의 구조와 생물을 관람할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제주 구좌읍에 위치한 비자림. 수령 500년이 넘는 비자나무 280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단순림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비자림은 평탄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남녀노소 편안히 걸을 수 있다.

비자림의 공기는 또 달랐다. 푸름을 머금은 공기에 정신이 맑아졌다. 비자림 산림욕은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책로는 붉은 화산송이로 이뤄져 있다. 입구에서 느린 걸음으로 20분을 걷자 800년 된 비자나무 조상목이 나온다. 높이 25m, 둘레 6m에 이른다. 힘들어하던 학생들도 기념촬영을 하자는 인솔교사의 말에 미소가 나온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입구에 도착한 학생들. 1시간가량 걸린 짧은 거리였지만 평소 걸을 일이 없던 학생들은 오래 기억할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이 때문일까. 도착지에서 마신 한라봉쥬스는 더 꿀맛처럼 느껴졌다.

◇시시할 줄 알았는데 재밌네=둘째날 마지막 일정은 제주교육박물관. 제주시내 제주시교육지원청 뒤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육박물관은 제주의 교육역사가 전시돼 있다. 또 과거 교과서와 교실, 체험공간도 마련돼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이름만 들었을 땐 기대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신났다.

엄마아빠가 다녔을 시절의 교실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딱지를 직접 만들어 딱지치기에 여념 없다. 한 학생의 어설픈 폼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학생들보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선생님들이 더 신났다.

제주교육박물관은 편지를 10년 뒤에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산청고 학생들이 수줍게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겼다.

제주를 제대로 느낀 사제동행 둘째날. 인솔교사와 학생들의 표정엔 피로보다 여유가 느껴졌다.

송호찬 경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문화탐방을 하면서 함께 배우고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며 “이번 경험이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미래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8월 22일 사제동행 첫날. 비행기에서 정상만 내놓은 한라산이 보인다.
4.3평화기념관 출구는 희생자의 사진이 걸려있는 터널로 되어 있다.
4.3사건애서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시물을 학생들이 둘러보고 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학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센터에 마련된 제주자연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인솔교사와 학생들이 제주 비자림을 걷고 있다.
제주 비자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800년의 조상목.
김해 삼방고 학생들이 800년 된 비자나무 조상목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인솔교사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제주교육박물관에서 학생들이 전시물을 보고 있다.
제주교육박물관에 마련된 체험실에서 학생들이 딱지를 접고 있다.
제주교육박물관에 재현된 옛날교실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청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교육박물관에서 10년 후에 받아 볼 편지를 쓴 뒤 편지함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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