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웃는 문화다양성
[여성칼럼]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웃는 문화다양성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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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초면에 나이를 묻는다. 그리고 남편과 ‘나이차이’ 를 묻고 남편이 잘해주는지 묻는다. 그리고 아이를 보고는 ‘애고~ 애가 애를 낳아 키우네’ 라는 말을 서스럼 없이 한다. ‘본국에서는 열 여덟 살 정도면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워요’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이 땅에서 주민으로 원활하게 살아가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생활시민으로 필요한 교육을 수강하고 법무부에서 인정하는 최고단계의 수업을 이수한 이주민에게도 한국말은 여전히 어렵고 넘지 못할 사차원의 벽 같다. 특히 본국에는 없는 높임말 표현이 그렇고 한국어 시간에 배운 표준어와 경상도 주민의 찰진 사투리 표현은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으레 들어오는 공격적인 표현 ‘아직까지 한국말을 그렇게 밖에 못 배웠나.’ 시장에서 장본다. ‘좋은 것으로 주세요’ 라고 말한다. “좋은 것 나쁜 것 구별할 줄은 아나? 이거는 비싸다 저걸로 사라”고 친절하게(?) 권한다.

다양한 이유로 이주배경을 갖고 이 땅에 사는 이들은 본국보다 한국이 우월하다는 전제를 가진 표현들도 직감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환경과 문화가 달라서 질문하는 “네 나라에 이런 것이 있냐” 가 아니라 “이건 네가 한국에 왔기 때문에 접할 수 있는 것이다”를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이다.

나의 친정과 시댁에 대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시집 잘 왔네”라고 하는 것과 “말 안하고 있으면 한국사람 같네” 라는 표현을 칭찬이라 생각하거나 이주민이 듣기 좋아할 것이라고 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이주여성들은 일러준다.

필자가 활동하는 진주YWCA의 결혼이주여성 프로그램 가운데 ‘문화다양성 수다방’이 있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생각과 문화에 대한 열림으로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는 그야말로 ‘역지사지’의 상상과 공감의 향연이다.

진주시 여성과족과의 2020년 11월 자료에 의하면 진주시에는 약 1만여 명의 외국인 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으며 이는 진주시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2009년 펴낸 ‘세계화의 하인들:여성이주가사노동’에서는 ‘세계여성이주자의 72%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으며 결혼이주는 아시아적 현상이기보다 대만·한국·일본 등의 특수한 현상에 가깝다. 가사 돌봄 노동(가부장제 유지)과 성산업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 형성을 가지고 온다’고 했다.

진주YWCA 프로그램 참가자(2005년~현재, 한국어수업, 조기적응프로그램 등 참가이주민 배우자 등)의 의견을 취합해보아도 이런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아시아 이주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이유는 ‘순종적이며 부모를 공경할 것 같아서’ 와 ‘한국 사람과 외모차이가 없어서’ 가 해마다 1, 2위를 차지한다. 소위 ‘다문화 사회’ 가 열린 지 어림잡아 15년도 더 되었는데 여성 이주의 가장 큰 원인은 가부장제의 유지이며, 이주민 가정에 대한 편견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생각과 행동의 프레임을 정해두고 여지를 두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불쾌한 기분이 들고 온 신경이 답답함을 느낀다. ‘문화다양성’ 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일상 가운데 만나는 사람과 많은 일에 생각이 굳어 있으면 당사자도 주변도 피곤하다.

이미 오래전에 우리 곁에 온 ‘多문화 사회’. 선주민과 이주민이 같이 웃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위한 디딤돌, 지금 여기서 문화다양성을 함께 만들어가며 다문화 감수성을 날마다 일깨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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