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실업급여와 조용한 퇴사
[천왕봉]실업급여와 조용한 퇴사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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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3년 동안 총 8500여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은 ‘단골’이 나왔다. 해마다 180일 간 일하면서 고용보험만 내면 가능한 일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업급여를 가장 긴 햇수 동안 받아간 사례는 23년 1명, 다음으로 22년·20년 연속 수령자가 각각 1명, 18년 연속 수령자는 7명으로 집계됐다.

▶장기 수령자를 색안경 쓰고 볼일만은 아니다. 주로 농업에 종사하거나 선원 등 단기계약 근로자들이다 보니 반복해서 실업급여를 신청한 것 뿐이다. 5년 내에 3회 이상 수령자도 10만 명을 넘어선 통계치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메뚜기 실직자’ 때문에 고용보험기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둑한 실업급여 덕에 ‘대퇴직’에 이어 ‘조용한 퇴사’가 유행이라고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배부른 소리 같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나타난 새로운 풍조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직장을 때려치우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시키는 일만 하는 심리적 퇴사를 뜻하는 ‘조용한 퇴사’의 파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소속감이 엷어지고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나타난 사회심리학적 영향이 크다지만, 실업급여 역시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혼재된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는 조용한 퇴사와 메뚜기 실직자들로 인해 근로에 대한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세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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