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화가들 "전시장 밖으로 작품 테이크아웃"
진주 화가들 "전시장 밖으로 작품 테이크아웃"
  • 백지영
  • 승인 2022.09.21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주청년작가회, 살롱드인사 갤러리서 제31회 정기전
하지혜 작가, 커피숍 수류헌 운영 공간서 ‘풀이둥둥’展
일부러 전시관 찾지 않는 시대…인구 몰리는 곳 택해

 

진주지역 젊은 화가들이 정형화한 전시 공간을 벗어나 식당·커피숍 등과 결합해 젊은 층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잇따라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작품 감상만을 위해 전시관을 찾는 문화 향유층이 드문 지역 문화 환경 속 어떻게든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절실함에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선택하는 모험에 나섰다.

진주청년작가회는 지난 17일부터 내달 16일까지 진주시 인사동 ‘살롱 드 인사 갤러리’에서 제31회 정기전 ‘Midnight Blue(검정에 가까운 한밤중 푸른색)’을 개최한다.

영국 록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가 1979년 발표한 발라드 곡에서 작품 부제를 따왔다. ‘고독한 밤, 내가 당신을 위로하고 사랑해주겠다’는 취지의 가사처럼 어려운 환경 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지역 청년 작가들끼리 서로를 공감하며 보듬고, 관객들도 따스한 시선들로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정기전에는 진주청년작가회 회원 11명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서양화를 비롯해 조각, 한국화, 일러스트, 사진,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 작품을 선보인다.

진주청년작가회는 지금까지 줄곧 경남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정기전을 개최해왔지만 올해는 변화를 줬다. 진주시 인사동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식당 겸 커피숍 ‘살롱 드 인사’가 건물 1층에 운영하는 ‘살롱 드 인사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 것. 그간 전시를 열었던 경남문예회관보다 명성이나 시설 측면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살롱 드 인사’를 찾는 유동 인구가 많아, 오며 가며 작품을 감상할 관람객이 더 많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관료가 저렴해 전시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효진 진주청년작가회장은 “기존에는 우리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는 한 관람객이 거의 없는 ‘우리들만의 잔치’였다”며 “이번엔 ‘살롱 드 인사’를 오고 가는 이들이 손쉽게 들러 감상한다.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하지혜 작가도 진주시 중안동 한옥 커피숍 ‘수류헌’이 운영하는 갤러리 ‘공간 수류헌’을 전시 장소로 택했다. 진주 출신 하 작가는 현재 지역을 넘어서 ‘위로’를 주제로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젊은 한국 화가다.

하 작가는 진주시 지원으로 오는 23일부터 내달 3일까지 ‘수류헌 갤러리’에서 8번째 개인전 ‘풀이 둥둥’을 개최한다.

그는 “지역사회에 전시만을 보러 가는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씁쓸해한 뒤 “작가로서 많은 사람에게 작업을 선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찾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풀 연작은 매우 흔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잡초가 소재다. 순백의 한지 속에 초록한 풀의 형상이 부유하듯 사색적인 붓 터치로 재현했다. 탄생부터 소멸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풀들이 군락을 지어 풀더미 속에 피어오르는 모습을 둥둥 떠올라 표류하는 모습으로 담아냈다.

스스로 돋보이기 위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뻗다가도 이내 스스로 서지 못하고 주변의 풀들에 기대거나 휘감아 오르는 모습에서 혼자가 아닌 공존을 엿볼 수 있다.

하 작가는 “초록이 주는 싱그러운 에너지와 자라나는 역동적 모습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자 했다”며 “풀더미에서 혼자는 살아가지 못하는 나와 우리의 삶을 반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