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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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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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재미 시조시인 김호길, 추석 귀향 한 토막(2)
김호길 시인은 육군항공학교 출신으로 1970년엔 월남전에서 전투헬기 UH-1D 파일럿이 되어 참전했다. 진주 사람 문인으로 신찬식 시인은 1966년 비둘기부대에 참전했는데 그 당시 ‘월남서 보내온 시인일기’로 유명한 신세훈 시인 소대의 향도(분대장)였다.

김호길 시조시인은 제대 후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 국제선 파일럿으로 보잉 707, 후에 보잉 747 점보기 파일럿이 되었다. 이 시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취업하기 힘들던 때 대한항공 조종사라면 하늘처럼 우러러 보이던, 그래서 문단의 총아로 꼽혔었다.

그는 1981년 대한항공 사직 후 도미, 1982년 미주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해외 최초 문학단체인 미주 한국문인협회를 발기 주도했다. 또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의 시·시조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농대를 졸업한 연고였을까. 그는 1984년 해바라기농원을 설립하여 영농을 시작했다. 진주에 오면 그는 400에이커 수준으로 하는 것이 영농이라고 해서 한국의 좁은 땅에서 농사짓고 어쩌고 하는 것은 도무지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곤 했다.

1988년 멕시코 바하칼리포니아 라파드 근교에 국제 영농을 전문으로 하는 멕시코 현지법인을 설립해 현재까지 영농에 종사하고 있다. 고성 김춘랑 시인이 살아 있을 때 김 시인 아들을 그 영농회사에 입사시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이후 성공한건지 중도 폐지한 건지 필자에게는 그 자료가 없다.

김호길 시인이 LA와 멕시코를 넘나드는 대장정의 영농일지를 시조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멀리서나마 보고 있노라면 국내의 유명 원로시인들이 미주여행이나 남미여행에서 김호길 시인을 만나는 일화들이 종종 국내 문예지 기행문에 오르내리곤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원로시인 서정주와 구상 등이 대표적인 문인 교류였다.

서정주 시인은 ‘미당의 세계기행’ 때 미국 하와이에서 본국, 그리고 멕시코까지 김호길의 안내를 받아 수월히 여행할 수 있었다. 그때의 일화는 ‘서정주의 세계기행’에 담겨 있다. 구상 시인은 하와이쪽에 딸이 있고 그쪽을 오가는 중에 심부름도 자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때 김호길 시조시인이 사업에서 힘드는 시기가 닥쳐 영농 일에서 손을 놓아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 다 털고 귀국해 구상 선생을 만나 “선생님! 제가 하는 일이 여의치 못해 일을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십시오”하고 부탁했다. 구상 시인은 “김 시인은 우두머리로 살아야지 어디 밥그릇 하나 붙이고 살 위인이 아니지 않아요? 그러니 다시 도전해 보세요. 하다 하다 안되면 그때는 내가 나서 주겠어요”하면서 김 시인에게 도전의 기회를 잡아라고 응원했다. 그 말 듣고 김 시인은 신발끈을 다시 매고 구름도 자고 가는 추풍령 같은 사업의 외진 자리를 오르고 올랐다.

그런 일방으로 1999년 시조 전문지 ‘시조월드’ 발행인이 되고 2021년에는 시집 ‘지상의 커피 한 잔’(세종도서)을 내었다. 또 세계 어린이시조사랑협의회를 조직하고 어린이시조 운동을 울산·부산·진주 지역 등과 연대해 개최했다. 그는 진주에서 제창해 뻗어가던 ‘어린이시조’ 운동과 ‘홑시조’(절장시조) 운동을 몸소 세계화하는 데 앞장섰다.

절장시조는 평시조 한 수 3장 중에서 셋째장만 가지고 짓는 법인데 진주의 리명길 교수가 제창했다. 이병기는 초장을 제외한 2, 3장 두 줄 만으로 짓자는 양장시조를 제창했으나 리 교수는 종장 한 줄로 집약 집중하는 형식을 제창하여 화제를 뿌렸다. 김호길은 그 절장(종장) 하나를 홑시조로 개칭하고 시집을 낸 바 있다. 그가 낸 홑시조집은 ‘그리운 나라’이다.


‘잘 났다 뻐기지 말라’
꾀꼬리/ 너혼자 뻐기지 말라/ 까마귀도 한 평생 잘 산다
‘북극성’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늘 그 자리를 지키네
‘파리채를 들고’
너 실컷/ 비행을 즐겨라/ 한 순간에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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