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형용모순(形容矛盾)
[경일포럼]형용모순(形容矛盾)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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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형용모순은 상반된 어휘를 결합시키는 수사법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형용(形容)하는 말이 형용을 받는 말과 어긋나는 일로서 ‘둥근 사각형’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또한 형용모순의 영단어 oxymoron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oxy는 ‘날카로운(sharp)’을 의미하며 moron은 ‘저능아(fool)’를 의미하는데 이는 ‘똑똑한 바보’라는 뜻으로 단어 자체에 모순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구사한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을 그러한 예시로 들고 있다.

각종 정책에 있어서 형용모순은 곤란하다. 엇박자를 내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즉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그 사례이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주무 장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도권 주요대학과 대기업 몇 곳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균형발전의 실행부서이기도 한 국토교통부는 정작 지역균형발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역균형발전은 중앙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형용모순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 온 새 정부가 생색만 내다가 수도권 위주 성장 개발의 ‘쉬운 길’로 가는 헛바퀴가 될 수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할당제와 관련된 인식 또한 형용모순의 사례라 하겠다. 지역인재 채용제도가 특정 대학 쏠림 현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한전은 전남대 판, LH는 경상대 판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할당제의 도입 취지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대학을 배려하여 수도권의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우수한 수험생들이 지역대학에 입학하도록 유도하고, 그 학생들이 혁신도시의 공공기관에 취업한 후, 혁신도시에 입주하면서 결혼까지 하여 자녀를 출산하는, ‘선 순환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수도권 쏠림 현상을 원천적으로 줄여나가고자 함이다. 또한 지방 광역권 내의 부산대, 경북대와 같은 특정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 방지 목적도 함께 해서 말이다. 그 어떠한 우려와 논리도 형용모순이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경상국립대 100주년기념관’의 건립의 취지를 살리되 그 활용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경남e-스포츠상설경기장’을 구축하겠다고 한 사례를 들 수 있겠다.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통합 전의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1910년에 설립된 한강 이남 최초의 농업고등교육기관의 개교지이다. 일제강점기, 해방, 정부수립, 6·25, 산업화, 민주화 등의 시대적 변혁기를 거치면서 10여차례의 교명변경 및 대학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강 이남을 대표했던 소위 ‘진주농림’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성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걸출한 지역인재들을 배출했다. 그러한 정체성을 기리기 위한 랜드마크로 경남과기대 시절 때 100주년기념관을 건립했다. 그 건물 1층의 ‘진농(晋農)홀’은 사용 빈도와 관계없이 이 건물 건립의 상징이기도 하다.

역사문화의 도시 진주는 법정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옛 진주역을 비롯한 철도부지의 재생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복합문화공원 조성, 국립진주박물관 이전 건립, 문화거리 조성사업 등의 단계로 말이다. 그 키워드는 ‘문화예술의 거점화’로서 진주시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정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동선이 인근 칠암캠퍼스 100주년기념관의 정체성과 연계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러할진대 100주년기념관의 상징적인 공간을 경남e-스포츠상설경기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발상한 그 자체가 안타깝다. 유구한 ‘진주농림·진주목’의 역사성과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참사이기도 하다. 그 어떠한 논리도 형용모순이 될 뿐이다. 진주시는 100주년기념관이 이러한 정체성과 연계되는 스토리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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