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잡채·더덕…왕실을 사로잡다
[경일춘추]잡채·더덕…왕실을 사로잡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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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실로 황홀한 맛이었다. 한효순(1543~1621)의 집에서는 더덕으로 밀병을 만들었고, 이충(1568~1619)은 땅속에 큰 집을 지어 기른 채소에 다른 맛을 가미했다. 광해군은 이충이 가져오는 진귀한 음식이 아니면 수라를 들지 않았다. 침채 정승에 잡채 판서까지 등장했다. 요즘은 개고기를 먹는 것이 동물애호가들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과거에는 개고기를 즐겨먹었다.중종 임금 때는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요직을 차지한 이팽수 같은 이도 있었다. 그의 별명은 개고기 주사(대통령 비서실의 6급 주무관 정도의 직급)였다. 크고 살찐 개를 잡아 개고기 마니아였던 좌의정 김안로(1481~1537)에게 구이(犬炙)를 바쳤다.

조선 후기 진주 관아에서 개고기는 마리당 5돈이었다. 개 한 마리를 바치면 세금 5돈을 납부한 셈이다. 5돈은 갈비 2짝 값과 맞먹을 만큼 큰 금액이었다.

다산 정약용도 개고기를 즐겼다. 그는 유배 중인 형에게 개고기 예찬론을 펼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산에게 개고기 조리법을 전수한 장본인은 실학자 박제가(1750~1805)였다. 인정(人情)이라는 말은 뇌물을 뜻했다. 뇌물을 많이 주는 것을 인정이 많다고 했다. 뇌물은 약과에서 시작해 관료들의 부패가 점점 심해지자 잡채, 김치, 더덕, 국수, 산삼, 고기포로 수위를 높인 찬합들이 오갔다.

정승댁 노비는 국수를 먹고, 판서댁 말은 약과를 하도 먹어 물렸다. 산삼을 기대했는데 고작 약과라니. “이건 약과야!”도 뇌물에서 유래됐다.

조선의 관리들은 추천인이 있어야만 연임할 수 있었다. 진주 수령들은 중앙에서 관리가 내려올 때마다 최고의 만찬으로 접대했다. 진주라 천리 길, 대궐과 거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덕은 모래밭에서 나는 인삼이라 하여 사삼(沙蔘)으로 불렀다. 한효순의 더덕 밀병은 더덕정과다. 이충의 뇌물은 조선잡채다. 조선잡채는 진주 남명학파가 정권의 중심이었던 광해군 재임기에 진주로 전파되어 재료의 배합이 더 풍성해 졌다.

조선잡채는 당면 없이 소고기 편육, 고사리, 죽순, 전복 등을 골패 모양으로 썰어 겨자즙으로 무쳐낸다. 하루 전, 양념을 숙성시켜 잔치 때 바로 무쳐 상에 올리면 쉽게 상하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산해진미의 재료들을 꽃처럼 돌려 담은 조선잡채는 한양 관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미각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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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2-09-29 02:53:16
영.미권에서 형성된 반려견 문화가, 동아시아에도 확산되어서 정말 대책이 안섭니다. 이거 확산되면, 애견단체.수의사.동물보호단체가 배타성이 형성되어 수천년 동아시아 개 식용 역사를 무시하고, 개 도살업자.개사육 자영업자.식당들 찾아다니며, 비난하고 잠복하여 사진찍고 문제만드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것으로 보여집니다.
개는 야생동물을 가축화시켜서, 크든 작든 무는 성질은 변하지 않는건 맞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심하게 물면, 가혹한 응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개를 반려견으로 키우는 신문화에 대처하는 원칙입니다. 개를 만물의 영장인 사람보다 중요하게 여길수는 없습니다.

한편, 반려견과, 식용견은 구분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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