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승산마을을 다녀와서
[경일시론]승산마을을 다녀와서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6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김남경 


1980년 어느 신문사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100대 재벌 중 30여 명이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는 지수 초등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특히 1기 졸업생 중에는 삼성 이병철, LG(금성) 구인회, 효성 조홍제회장과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창업주를 배출하였다.

돈이 많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승산마을에는 나눔과 베풂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사람과 인재를 중시하고, 의로운 뜻을 실천한다는 남명조식의 경의(敬義)사상과도 연결될 것이다.

승산마을에 가면 만석꾼 허준 선생의 의장비석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은 77세 때 자신의 재산이 자식들에게 화로 남을 것을 염려해서, 국가와 이웃, 친족, 조상으로 4등분해 재산을 배분한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진주여고의 전신 일신학당을 만들고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였다. 그의 아들 효주 허만정은 안희제 등과 독립운동의 자금줄이 된 백산상회를 세워 나라의 독립에 큰 역할을 하였다.

진주시내에 있는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신 김장하 이사장님께서는 1983년 석은학원의 설립승인을 받아 1991년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기증함으로써 역시 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는 관정 도서관이 있다. 2015년에 준공된 이 도서관은 철저한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때 도서관 신축기금 중 600억원을 의령출신인 관정 이종환 회장이 기부하였다. 서울대학교에는 관정이전의 학생과 이후 학생을 나눈다는 말도 생겨났다. 그만큼 관정 도서관이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세계적인 대학을 가보면 그 대학 도서관은 대학의 가장 중심에 가장 멋진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대학을 방문하면 도서관을 가장 먼저 가길 바란다.

강철왕 엔드루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건 불명예스런 일이라고 하면서 살아생전 교육분야에 기부도 많이 했다. 1902년부터 시작된 카네기 도서관 건립은 미국 전역에 2500여개의 공공 도서관을 건립했고, 글로벌 명문 대학교인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런 대학교도 카네기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학교이다. 그래서인지 록펠러, 포드 등의 당대 다른 억만장자 사업가들에 비해 대중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에 속한다.

하버드 대학의 행복학 전도사인 긍정 심리학 강사 탈 벤샤하르는 행복이란 충만한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경험이라고 정의 하고 있다. 그래서 직업을 택할 때 MPS를 권한다. 의미(Meaning), 즐거움(Pleasure), 강점(Strength)을 강조한다. 젊은이뿐만 아니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분들도 새겨 볼만하다. 그러면 의미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많은 선인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봉사, 즉 남을 위해 살았던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제일 잘 할 것 같고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교육을 통해 바로 세우고자 하는데서 페이스북 창시자이자 최연소 억만장자 중 한명인 마크 저커버그도 52조를 내어 놓았고, 실리콘벨리의 악동인 Microsoft 창업주인 빌 게이츠도 자녀들에게 본인 재산의 0.1%미만만 물려 주겠다고 했다. 교육계에 은퇴하신 분들은 자기가 제일 잘 하는 교육 분야에서 봉사를 권해 본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교육을 시키고 있는 비영리 교육 봉사 단체인 ‘한마음 교육봉사단’과 같은 단체가 많이 있다. 교육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이렇듯 백년대계인 교육은 멀리보고 투자를 하여야 한다. 가끔 시간이 나면 지수면 승산 마을을 다녀오길 권해본다. 승산카페에 앉아서 지난 3월29일 개소한 K-기업가센터를 통해 우리나라의 나아갈 방향도 엿보고, 교육의 중요성을 배울 기회가 있길 바란다. 승산마을 정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면서 미래의 교육을 통한 나눔과 베풂의 정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