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매크로 농단
[천왕봉]매크로 농단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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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농단(壟斷)’은 깍아지른 듯이 높은 언덕이란 뜻이다. 이 낱말은 “시장바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 그날 시장 상황을 혼자 살펴 이익을 싹쓸이하는 자는 비열하다”고 한 맹자의 말에서 나왔다. 이런 유래 때문에 농단은 비상식적인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여 이익을 홀로 챙기는 경우를 비난할 때 쓰는 단어로 굳어져 있다.

▶내달초 첫째주와 둘째주에 사흘씩의 연휴가 잇따라 든다. 골프장, 콘서트, 기차표 같이 예약을 할 일이 많아졌지만 허탕치는 일은 더 많다고 한다. 티켓 예약은 선착순이 보편적이지만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 예약을 하는 시대다. 그런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매크로앱으로 예매를 싹쓸이해 버린단다. 여기에 줄을 서는 선착순은 무력하다. 농단이다.

▶컴퓨팅에서 매크로(macro)프로그램은 ‘킹크랩 댓글조작’ 사건 때 널리 알게 됐듯 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이다. 여러 개의 명령어를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다수를 처리토록 한다. 수십 수백 번 반복할 일을 한 번 클릭으로 해결해버리는 거다. 그러니 기차표 한 장 예매하기 위해 서투른 손가락질 꾹꾹 쪼아야 하는 사람이 어찌 표를 살 수 있겠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지 십수 년이지만 지금도 온라인 예매를 못하는 이는 많다. 이런 판에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수백 수천 장의 예매표를 독차지한다? 선량한 시민에겐 국정농단 못지않게 가증스럽다. 그 많은 예약 티켓 웃돈 얹어 되팔고, 다수는 울며겨자먹기로 사야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이 농단 차단할 방도는 없는가.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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