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풍화루(風化樓)
[천왕봉]풍화루(風化樓)
  • 경남일보
  • 승인 2022.10.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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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고려시대를 시발로 조선서 크게 중흥한 향교(鄕校), 유교주축의 범절과 시장학(詩章學) 등 경전을 공부하며 유현을 추모하는 제향의식을 지내는 국가교육기관이었다. 지금도 그 유서(由緖)가 고스란히 계승되어 조직적 권위가 빼어나다. 구성원인 유생의 자긍심 또한 예사롭지 않다. 풍화루, 대체로 각 시·군에 산재한 향교에만 있는 다락 행태의 누각이지만 그 모든 곳에 있지는 않다.

▶선선한 가을 기운의 분수령을 내린 지난 연휴, 600년 성상의 사천향교에서 ‘풍화루 음악회’란 이름의 공연이 있었다. 도포차림의 유생, 부모 손 잡은 어린이, 서양 금관악기인 색소폰, 장구와 북에 민요가 어우러진 가히 향연이었다. 향교가 주관하는 음악회, 전국 여러 곳에 있다. 하지만 향교안의 풍화루를 소재하여 개최한 음악회, 아마도 사천이 유일하다. ‘풍화루 음악회’, 네이밍이 기발하며 독창적이란 말이다. 도시를 상징할 콘텐츠로 승화시킬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가 된다.

▶마음의 안식을 가져오는 문예 향유는 삶의 활력과 일의 생산을 배가시킨다는 명제는 하늘이 내린 섭리다. 비록 그 회임(懷妊)기간이 장구하여 당장의 가시적 효과가 미미해 보일지라도, 지역정체성과 도시경쟁력 기반을 튼튼히 하는 장엄한 프로세스라 할 것이다. 더 많이 보는 음악회, 더 많이 딛는 향교길이 그 지엄한 명분으로 다가온다.

▶행여 관객없는 공연이나 발길 뜸한 향교, 공동체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그 절박한 문제의 키는 자치단체의 괄목할 지원과 배전의 주민관심에 있다. 참 곱고 우아한 이름이다. 풍화루!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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