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뒷돈 국토관리,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
[사설]뒷돈 국토관리,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
  • 경남일보
  • 승인 2022.10.05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도 시설물의 유지관리와 감독을 시켰더니 뒷돈을 받고 부실공사 조장은 물론이고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며 국고를 퍼준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격언이 떠오른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이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반부패수사1계는 하청업체 알선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고 부실시공을 묵인한 공무원 10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발표했다. 비리가 드러난 공무원들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국토교통부 직원들이다. 뇌물을 주고 공무원과 짬짜미로 불법을 저지른 공사업체 대표 45명과 법인 36개도 함께 적발됐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공무원들은 업체 선정에서부터 준공까지 전 공정에 걸쳐 철저하게 개입했다. 터널이나 시설보수 용역계약이 있으면 공사비를 과다하게 책정한 뒤 낙찰업체에 자신들이 알고 있던 특정 하도급업체에 공사를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낙찰업체는 공사를 하지 않고도 30% 정도의 수수료를 챙기게 했고, 불법 하도급업체가 공사를 끝내면 공무원은 뒷돈을 받는 형식을 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썼다. 결국 실제 공사비에 들어가는 금액은 70% 수준이니 해당 공사는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의 뒷돈 거래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국민은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런가하면 공무원과 현장감리는 터널입구에 교통·도로·기상상황 등을 실시간 제공하는 도로전광표지판의 정상작동 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옥외포지셔닝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도 설치한 것으로 허위 준공검사를 해주고 뒷돈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국고 2억 6000만원이 빠져나갔다.

이들의 행태를 보자면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의 이번 수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답보로 하는 공공안전시설에 대한 불법하도급 및 부실시공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 바라면서 이들의 범죄행위를 발본색원하기를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