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신당역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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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10.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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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사)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사)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지난 9월 14일 밤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스토킹 범죄로 우리는 또 한 명을 잃었다. 2019년부터 300여 차례 연락과 불법 촬영 영상으로 피해자를 협박해온 가해자가 피해자를 피습한 것이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스토킹으로 경찰에 재차 고소했지만 법원은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더라면 우리는 소중한 한 명을 지켜냈을 것이다.

진주에서는 지난 19일 밤 11시 10분부터 다음날인 20일 오전 0시 5분까지 동일한 가해자에 의한 스토킹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별 통보를 받은 남성이 피해자를 계속 따라가자 불안감을 느낀 피해자가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신고된 남성에게 경고 후 귀가 조치를 했지만,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남성은 피해자의 주택 배관을 타고 창문으로 침입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려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뺏고 폭행하였다. 당시 112를 누른 피해 여성의 외침 소리에 경찰은 가장 긴급한 단계인 ‘0’ 코드를 발령해 최단 시간 내 출동하여 현행범으로 가해자를 검거했다.

또 다른 문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있었다. 스토킹 피의자는 자유롭게 다닐수 있고, 피해자는 또다시 죽음의 공포로 떨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괴롭힘, 폭행, 협박 상대가 본인을 계속적으로 해하려고 시도했거나, 충분히 그럴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통해서 더 이상 피해자가 그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특정 상대방이 본인에게 접근하는 것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은 법원에서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고, 그 사이 피해자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긴급응급조치’라는 것을 한다.

이는 경찰이 먼저 접근금지를 결정하고 승인은 나중에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경찰의 ‘긴급응급조치’가 기각 될 경우 권리행사방해, 직권남용, 인권침해 등으로 경찰은 책임을 져야한다. 법으로 피·가해자의 분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책임지고 피·가해자 분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찰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법개정이 필요하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에 필요한 또 하나는 ‘반의사불벌죄’이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신고하기까지 지속적 고통에 시달린다. 피해자는 괴롭힘을 당해오면서도 가해자의 협박으로 신고 행위가 두렵다. 죽을 각오로 신고를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번에는 ‘반의사불벌죄’가 피해자를 괴롭힌다. 범죄자의 범죄가 입증되었는데 국가가 피해자에게 처벌의사를 묻는다? 이게 말이 되는가. ‘범죄’ 피해자가 ‘범죄자’를 신고했는데 그 처벌의사를 피해자에게 묻는 것이다.

‘너의 처벌 의사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겠다.’ 이 조항은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를 괴롭히게 하고 보복하게 한다. “너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난 처벌받지 않아. 그러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뭐야, 내가 처벌 받는다고? 그럼 너가 나를 처벌하라 했단 말이잖아. 난 너를 용서하지 않겠어.” 이런 맥락인 것이다. 처벌 반의사를 위한 집요한 접근과 괴롭힘, 보복을 예고하는 것이다.

연속된 스토킹 범죄로 대통령의 재발방지 주문과 법무부장관의 반의사불벌죄조항 삭제 발표가 있었다. 사건이 있을 때 마다 늘 발표는 있어왔다. 스토킹처벌법에서 필요한 것은 구속수사 조항을 넣는것과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피해자 관점으로 일상의 안전이 확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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