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밍밍한 말 ‘내로남불’
[천왕봉]밍밍한 말 ‘내로남불’
  • 경남일보
  • 승인 2022.10.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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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내로남불’이 이중 잣대 행태를 꼬집는 보편적 성어로 자리잡은 지도 오래 되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 기막힌 말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박희태 원작설’이 있다. 1996년 총선 후 여소야대 상황 타개를 위해 여당이 야당의원을 빼갈 때 새정치국민회의가 비난을 퍼붓자 여당 대변인이던 그가 그 비난에 응수한 말이었다는 거다.

▶그는 훗날 어떤 기회에 ‘내가 창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사전에도 ‘Naeronambul’로 올랐다는 내로남불은 사실 그 전부터 사람들 입에 유행했었다. 다만 90년대 초반엔 불륜 대신 스캔들을 많이 썼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 했던 거다. 개인적 기억으론 한 유명 작가가 80년대 초 발표한 소설에도 이 말이 있다.

▶어쨌거나 내로남불은 한때 참 많이도 패러디되어 유행했다. 내가 한 건 투자 남이 한 건 투기, 내가 하면 오락 남이 하면 도박, 나의 것은 예술 남의 것은 외설…. 여야 갈등이 극심하던 2015년, 한 야당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두고 “누리꾼들이 대통령의 내로남불이란 말을 쓴다”고도 했다.

▶정치인 박지원도 이 말을 썼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의 개혁공동정부론을 정권 야합이라고 하자 ‘내로남불의 표본적 인간’이라고 한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 서면조사 의사에 격한 반응을 보여 똑같은 소릴 또 듣고 있다. 내로남불은 이제 하도 흔하여 유명인이 ‘나의 창작’이라고 내세울 것도 못 되는 밍밍한 말이 됐나 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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