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풀을 흔들어 난파선의 문을 열고 있다
문 안엔 물고기들의 선한 눈동자가 들어 있다
멈추어 흐르는 파도가 새겨질 때마다
-문설 시인, ‘난파선’
제주 한경면 신창리 앞바다에는 12세기 중국과 일본으로 오가던 무역선이 침몰해 있다. 물질하던 해녀가 금 장신구를 발견한 데 이어, 900년 전 중국 남송 시대 도자기가 나오며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 미시간 호수 일대는 난파선들의 보고이다. 미시간 호수에는 상업용 선박 2천여 척의 침몰선이 있다고 한다. 1800년대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 경제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운행 선박들의 면면을 담고 있다. 당시의 비극이 수중유물로 남아 역사를 만든 셈이다.
시인이 발견한 난파선에는 바다의 구름 그리고 바람의 방향과 파도의 모양이 그림으로 남아있다. 사람의 역사 이전의 유물을 시인은 발견하였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