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정태성 오페라 ‘PC-701’ 예술감독
[문화초대석] 정태성 오페라 ‘PC-701’ 예술감독
  • 백지영
  • 승인 2022.10.0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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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라서 가능한 희망의 메시지, 오페라에 담았죠”

대한민국 해군 창설 주역 손원일 제독
성금 모아 산 백두산함으로 전투 승리

“뒤늦게 알게 된 대서사시, 알리고파”
6년 전부터 구상…테너 경력 살려 집필


“해방 후 폐허와도 같던 시절, 손원일 제독이 해군을 창설하고 성금으로 구매한 백두산함으로 대한해협 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야기를 10년 전에야 처음으로 알았어요. 저처럼 모르고 있던 이들에게 아름다운 대서사시를 알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창설의 주역인 손원일 제독과 주변 인물,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을 아우르는 창작 오페라가 군항의 도시 진해에서 무대에 오른다.

국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즐비한 연극·영화 등 타 장르와 달리, 외국 명작을 재해석한 무대가 주를 이루는 오페라 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지역 연계 창작 공연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대서사시를 노래하는 오페라 ‘PC-701’은 진해를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테너 정태성(48)이 주축이 돼 창원문화재단과 함께 ‘진해이야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오페라 예술감독과 대본 집필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는 첫 무대기도 하다.

공연을 사흘 앞둔 지난 3일 오후, 작품 연습차 서울을 찾은 정 감독을 전화로 만났다.

오랜 유럽 활동을 뒤로 하고 귀국해 ‘제2의 고향’ 진해에 자리 잡은 정 감독은 지난 2013년께 진해지역 해군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손원일 제독과 백두산함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백두산함은 6·25전쟁 당시 후방교란을 위해 부산으로 침투, 600명의 특수부대원이 타고 있던 북의 무장 수송선을 격침해 대한해협 해전을 승리로 이끈 전투함이다. 해군의 아버지 손원일 제독과 해군 장병들, 홍은혜 여사를 중심으로 한 해군 부인회에서 모은 성금으로 구매했다.

벽보를 하나하나 붙여가며 해군의 모체인 ‘해병방단’을 창설했고, 어렵사리 구매해 진해항으로 들여온 백두산함으로는 실탄 사격 없이 연습 사격만 해본 채 목숨 걸고 대한해협 전투에 나서야 했다.

어떤 장르의 콘텐츠로 만들든 좋은 소재지만, 자신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장르인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야겠다 싶었다.

정 감독은 “유럽 활동 시절 오페라 페스티벌을 위해 두 달씩 제작진과 합심해 작품을 만들어내곤 했던 경험 덕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다”며 “2016년부터 작품을 구상하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이 작품을 통해 감독은 물론 대본 집필에도 처음으로 나섰는데, 일반적인 소설·극본과는 달리 노래·음악·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참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오페라를 관통하는 주제는 손 제독의 부친인 독립운동가 손정도 목사가 주창한 ‘걸레 정신’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비단옷을 취하기보다는, 모두 기피하는 걸레처럼 다니는 곳마다 깨끗하게 닦고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자는 뜻이다.

손 제독을 비롯해 해군 창설 4인방과 일본 군가 번안곡 대신 독립된 한글 군가를 만든 손 제독의 아내 홍은혜 여사 등 작품에 나오는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걸레 정신을 실천한다.

정 감독은 “대부분 오페라는 주인공에게 포커스가 맞춰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조역과 주연 모두 걸레 정신을 실천하는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오페라는 배우들은 물론 관객까지 모두 함께 해군 군가인 ‘바다로 가자’를 부르며 대미를 장식한다. 민·관·군이 합심해 해군을 만든 역사를 헤아려보면 관객 역시 그 후예인 만큼, 모두가 영웅이라는 의미가 담긴 장면이다.

정 감독은 “진해라서 노래할 수 있는 승리의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로 힘든 이 시점에 관객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PC-701’에는 김어진 연출 아래 테너 박성규, 소프라노 강민성, 바리톤 박정민, 소프라노 오신영, 소프라노 김민지 등이 출연한다. 성우 겸 배우인 송준석이 해설을 맡아 극을 이끌고, 아르텔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 합창도 함께한다.

공연은 오는 8일 오후 7시 창원시 진해구 진해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다. 만 7세 이상 누구든 창원문화재단 누리집(cwcf.or.kr)에서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5-719-7800~1.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PC-701 연습현장. 사진제공=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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