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당공천제 혁신 없이 지방의원 자질론은 무의미
[기고]정당공천제 혁신 없이 지방의원 자질론은 무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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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석 (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올 7월 출범한 제12대 경남도의회가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9월 19일 경남개발공사 사장 인사검증 당일 해당 상임위는 대낮 창원 한 식당에서 동료의원과 욕설과 막말을 주고받는 것도 모자라 식당테이블을 뒤엎으며 추태를 부린 것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도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의 자질미달 추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언론보도를 보면서 경남도의회에 몸담았던 전 도의회 부의장으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1991년 지방의회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지역민 스스로 주민의 의사를 지방행정에 투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위민행정, 민생의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은 부족했고, 삐뚤어진 ‘완장문화’에 젖어 권위와 특권의식의 ‘정치자해’를 끊임없이 양산했다. 이권개입, 갑질, 음주운전, 막말 등을 일삼아 부도덕 행위의 백화점을 연상케 했고, 주민들에게 개탄과 분노를 넘어 지방자치에 대한 절망감을 안겨주는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지방의원의 자질과 전문성 문제는 이내 ‘지방의회 무용론’으로 내달렸다. 걸핏하면 터지는 지방의회 관련 사건사고와 의원들의 일탈행동에 ‘지방의회 무용론’은 의원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더 강하다.

의원 개개인의 자질문제는 부차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의원 선출 구조에 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의원 선출 구조는 ‘중앙 예속’에서 출발한다. 현재 지방의원 선출은 정당 공천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앙 권력예속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지방자치의 대의를 생각한다면 단체장이든 지방의원이든 자질과 전문성을 최우선의 잣대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정당 공천제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심지어 당협위원장에게도 “누가 자신의 수족으로 절대 충성할 사람인가”와 “누구를 공천주면 나의 이해관계에 부합 하는가”가 최고의 공천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의 개혁과 혁신 없이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당 공천제를 통해 선출된 지방의원이 온갖 추문과 문제를 일으켜 자질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 공천과정에 많은 하자가 내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광역의원은 정당 공천제를 두되, 기초의원은 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나 이미 ‘수족을 부리는 정치’의 편안함에 익숙한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한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결국 망가질대로 망가진 지방의회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출마 예정자의 자질과 전문성에 대한 폭넓은 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방 선출직 공무원의 정당공천제와 관련한 폐해와 비민주성으로 파생되는 지방의원의 자질문제를 이대로 두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지방의회 존립의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선거는 차악, 차차악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자조를 벗어나 유권자들에게 “선거는 최선을 고르는 신성한 정치행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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