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모 (논설위원)
지난주 나온 정부조직 개편안에 경남지역의 큰 관심사인 우주항공청 설립이 빠졌다. 다만 연내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편안을 발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문가형 조직구성 등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올해 안에 설립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서 설립을 추진할 거라고 부연했다. 아직 설립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한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우주항공청 들어설 지역이 확정 공포되어 있다면 ‘그런가 보다’고 여길 만한 설명이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신설키로 한 우주항공청은 진작 경남 사천에 들어서기로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거다. 대선 아래 지난 1월 당시 윤 후보가 창원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서 천명했다. 윤 후보는 사천에 왔을 때도 이 공약을 거듭 확인했다. 주요 공약인 만큼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다. 그렇기에 지역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사천행(行)을 기정사실로 믿고 있다. 공약 발표 이후 대전 등지에서 불쑥불쑥 고춧가루 흩뿌리는 소리가 나와도 예사로 들어넘겼다. 태산보다 무거워야 할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범 5개월이 지나는 즈음에 나온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빠진 거다. 간수 잘못한 무처럼 그새 바람이 들었을까. 어쩐지 미심쩍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열린 과기부의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는 우주산업 클러스터에 연구인재 개발 특화지구를 추가하는 3축 추진안이 상정됐었다. 기존 경남의 위성, 전남의 발사체 중심 2축(軸)으로 진행되어온 우주산업 클러스터에 연구인재개발 특구를 내세우는 대전이 또 한 축으로 끼어든 셈이다. 그렇다고 사천에 서기로 돼 있는 우주항공청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자칫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지는 않을까 불안한 거다. 기우인가.
곱씹어보면 조직개편안에서 뺀 정부의 설명이 어수선하다. 우주항공의 전문성,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내 설립 방안을 마련한 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거라고 했다. 법 제정은 ‘연내’ 이후가 될 거란 얘기다. 조직을 전문가형으로 구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기부는 이름도 복잡한 ‘설립 추진단 구성 준비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설치 확정과 위치부터 발표한 뒤에 해도 될 일들이다. 결심할 계제에 미뤄놓는 게 민망하여 버벅댄 건 아닐까. 부디 아니길 바란다. 예로부터 초조한 사람 아랑곳없이 해야 할 일 ‘미뤄서 조지는’ 건 판사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더니 이젠 정부마저 미뤄 조질 모양인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미루려는 낌새가 수상했을까. 지역에서도 심상찮게 여긴 듯하다. 사천시장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우주항공청 조기 설치를 열망하는 릴레이 챌린지를 벌였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 7일 중앙-지방 협력회의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연내 제정과 향후 우주항공청 설립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윤 대통령에 건의했다고 한다. 박 지사는 앞서 지난 4일 “대통령실에 확인한 결과 우주항공청은 계획대로 추진 중이며 사천에 두는 것도 변함 없는 걸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에서는 이제 그 말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길 원한다.
지역민들이 지금 알고 싶은 건 특별법을 언제 만드느냐가 아니다. 미국 나사형 전문가 조직의 구성 문제도 아니다. 경남 사람들이 묻는 건 명료하다. 사천에 우주항공청 세운다는 약속은 이상 없는가? ‘확실하다’는 대답을 이 시점에서 듣고 싶다. 대통령이 그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그런 후라면 설립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든, 특별법을 내년 초에 제정하든 보채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 경남은 두눈 부릅뜨고 사천 우주항공청을 지켜야 한다. 정치인-행정-도민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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