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4]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4]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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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돌 한글날을 보내고
576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여드렛날(8일) 진주교육지원청에서 뜻깊은 잔치가 열렸습니다. 경상남도의 도움으로 경남교육청과 한글학회 진주지회,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마련한 ‘한글날 잔치’가 있었지요. 무엇보다 도단위 기관이 함께하는 한글날 기림풀이(기념식)는 처음이었으니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아름다운 토박이말로 된 이름을 뽑아 보람(패)을 만들어 주었는데 올해는 ‘단내폴폴’과 ‘물빛나루쉼터’가 뽑혔습니다. 아예 다른 나라 말로 된 차림판이 붙은 곳도 있다는 요즘 토박이말을 살린 이름을 만들어 다는 분들이 계서서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한글날을 보내고 좀 바로잡았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오늘은 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글날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기리는 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글날 무렵이면 듣고 보게 되는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가 들온말인 외래어를 마구 함부로 쓴다는 것이지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만들어 쓰는 이른바 ‘외계어’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말살이에서 잘못하는 것을 꼬집고 바로잡자고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면서도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런데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이런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글’과 ‘말’을 가리지 못하고 헷갈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쓴 글에서 ‘우리말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과 같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습니다. 얼른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우리말과 글을 갈고 닦는 일을 하시며 우리말과 글을 지켜 주신 분들을 ‘한글’학자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것도 많은 사람들이 말과 글을 헷갈리게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다들 잘 아시는 주시경 스승님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주시경 스승님은 한글뿐만 아니라 우리말 소리, 말본을 짜임새 있게 만드는 일과 함께 그렇게 하는 데 쓸 갈말인 학술용어를 한자말이 아닌 토박이말로 지으셨습니다. 한글만 연구하신 것이 아닌데 어린이들이 보는 책들 가운데 주시경 스승님을 ‘한글학자’라고 한 책이 많은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최현배 스승님도 주시경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우리말본’을 지으실 때 토박이말로 만든 갈말을 쓰셨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한글이 목숨이다”라고 하신 것도 토박이말을 적을 수 있는 글자로서 한글을 목숨처럼 값지게 여기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토박이말을 적을 수 있는 것은 한글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솔 스승님도 한글날 무렵이면 ‘한글’학자로 사람들 입과 글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참일입니다.

두 분께서 하신 일의 한쪽만 보게 만드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합니다. 한힌샘 주시경 스승님과 외솔 최현배 스승님께서 갈고 닦아 이어주신 우리말과 글을 함께 더욱 잘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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