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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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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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세계축제 어워드에 빛나는 진주 유등 뜨다(1)
바야흐로 진주축제는 세계축제로 섰다. ‘진주남강유등축제’가 그렇다. 올해 9월 세계축제협회 본선대회에 출전해 ‘2022년 세계축제도시‘에 선정되면서 ’세계축제 어워드‘를 수상하게 된 것이다. 놀랄 일이다. 우리나라 축제의 어머니인 개천예술제의 한 분과 행사로 출발한 진주남강 유등축제가 여기에 이르렀다.

경남시인협회는 2010년부터 유등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전설이 흐르는 유등’을 발간해 유등을 시인들의 눈으로 기록 보존해 오고 있다.

창간호에 실린 시들을 읽으면서 ‘세계축제 어워드’를 축하하고자 한다. 창간호에 국회의장 이효상 시인의 ‘유등’이라는 시를 보자.

“마음이 고우면 얼굴도 예쁘니라/ 논개의 모습을 내대로 그려보았는데/ 사당의 화상이 어쩌면 그것과 흡사한고/ 이 나라의 의젓한 절세미인이여!// 남강을 건너 뛰어 의암에 건너서다/ 푸른 물소리 우렁차게 흐르는데/ 문득 나도 논개처럼 몸을 던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데/ 아아 나의 머리는 벌써 절절 흔들고 있지 않나// 임의 아름다운 넋이 등불되어 물위에 올라와/ 천 개 만 개 해마다 등불되어 물따라 흐르면서/ 무언가 천만인의 가슴을 비추어 불타게 하는구나”

국회의장이라는 직함을 비추어 볼 때 시는 솔직 담백하게 구술하고 있다. 의암으로 건너뛰어 보고 나도 논개처럼 뛰어들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고개는 절래 절래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정신이 등불이 되어 뜨는 가운데 천만인의 충혼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것이다. 논개의 구국 충심 앞에 모두 등불로 타오르기를 염원하고 있는 시로서 읽힌다.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란 정호승 시인의 ‘유등’을 찾아 실었다. 정 시인은 시인 중에서 보편성을 깨친 작품들로 이름을 얻고 있는 시인이다.

“등불 하나 강물에 떠나 보내지 않고/ 어찌 강물을 사랑했다 하랴// 강물에 등불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어찌 등불을 사랑했다 하랴// 떠나가지 않으면 떠나 보내리라/ 흘러가지 않으면 흘려 보내리라// 강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외로운 술집이 되어 가슴마다 술 마시는 밤/ 밤하늘을 헤엄치는 푸른 물고기들이/ 떼지어 강물에 뛰어내려 등불의 길을 따른다// 부디 흐르는 강물에 칼을 꽂지 말아다오 / 누가 무너지는 촉석루를 껴안고 울고 있는가/ 지나가는 사람은 지나가게 내버려 두고/ 떠나가는 사람은 떠나가게 내버려두고// 유등이여/ 그대 별들과 함께 가서 죽는 곳은 어디인가// 나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마지막에 남은 등불 하나 바다에 바치리라”

시가 옹색하지 않고 시인이 개발한 시상과 그 흐름에 충실한 시다. 유등을 자기류로 해석하는 힘이 돋보인다. 이런 시는 오랜 습작에 오랜 언어 선택에 혹은 쓰면서 만들어내는 문맥에 자기 문법을 이끌 수 있는 달인적 풍모를 보여준다. 습작기 시인들의 교과서적인 시라 할 수 있겠다.

그 다음 진주시인 권선숙 시인의 시를 보자. ‘선물’이라는 시다. 권선숙은 개천예술제 입상자로 ‘시사사’로 등단했다. 요즘은 좀체 작품 소식이 없다.

“아주 오래 전에/ 남강 다리 위에서 옛사람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기다리다 지쳐 돌아서려는데/ 뜨거운 게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리움 덩어리였을까/ 한참 동안 난간에 기대어 강물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차츰 가슴 속이 환해졌다/ 노오란 등불이 켜진 것이다/ 검푸른 강물에 띄워 보내고 나면/ 세상은 왜 그렇게 환한지/ 그리움을 품고 사는 일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선물을 안고 돌아가는 길/ 눈부시다”

이 시는 그리움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가 등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 설레임이라는 선물을 안았다는 이야기다. 남강에 켜지는 등으로 사람들은 자기 추억의 등에 또 하나의 등을 매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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