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콩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이다
[과학칼럼] 콩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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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어릴 적 추수가 끝난 농가의 처마 끝에는 여러 종류의 봉지들이 가지런히 매달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 봉지 안에는 한 해 농사를 지은 곡식 중에서 가장 튼실한 것들만 골라 깨끗이 갈무리하여, 내년의 종자로 쓰기 위하여 봉지에 담아서 바람이 잘 통하는 처마에 달아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농가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것은 대부분의 농가에서 사용하는 종자가 종자회사에서 개량하여 만든 종자를 파종하기 때문이다. 이들 판매용 종자들을 다년차 재배를 하면 수확성이 떨어지거나 병충해에 약해지는 등 퇴화가 되므로, 다음연도 파종에는 종자회사에서 판매하는 종자를 구입해서 파종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터지고 난 이후 친서방은 침략을 시작한 러시아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 각국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유럽의 곡창인 우크라이나로부터 식량보급이 어려워져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콩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인류가 곡물과 함께 가장 오랜 기간 경작한 작물 중 하나인 ‘콩’은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건강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콩’이란 음식이나 사료로 쓰는 콩과식물의 씨를 말한다. 콩과에는 650속 1만 8000종이 있지만, 이 중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콩은 대두, 서리태, 쥐눈이콩 등 극히 일부이다. 야생콩이 흔한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콩과식물을 만날 수 있다. 자귀나무, 회화나무, 쥐엄나무, 싸리나무, 칡덩굴 같은 나무를 비롯해, 자운영, 토끼풀, 차풀, 매듭풀 같은 풀까지 다양한 콩과식물이 있다. 야생콩과 재배콩의 분포를 볼 때 만주지방과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과 한반도를 ‘콩’의 원산지로 보고 있다. 우리 민족이 콩을 가장 먼저 음식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메주가 우리나라에서 기원해 일본과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1960년대까지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세계 콩 생산국 1, 2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와 중국은 대표적인 콩 수입국으로 바뀌었고 미국이 콩 생산국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1901년부터 1976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5496종의 재래종 콩을 수집해 갔다. 이 중 3200여 종의 콩을 미국 일리노이대에 보존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미국 농무부는 1947년까지 1만 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 갔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콩 종자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콩이 74%를 차지한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90%는 아시아에서 채집한 종자 35가지를 개량한 것이며, 이 중 6가지 품종은 한반도에서 채집한 것이다. 미국은 해충으로 인해 옥수수 손실 규모가 매년 10억 달러가 넘었는데, 몬산토가 GMO(유전자변형작물) 육종기술을 이용하여 건강한 뿌리를 증식하도록 해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옥수수로 발전시켰다. GMO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자를 확보한 미국의 다국적 생화학업체인 ‘몬산토’는 GMO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종자산업은 IMF의 충격속에서 모든 국산 종자회사가 외국에 팔려나갔다. 이후 지금까지 토종 종자 보존과 개발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청양고추도 1983년 유일웅 박사가 개발했지만, IMF로 ‘중앙종묘’가 ‘세미너스’라는 외국회사로 넘어가 로열티 지급하는 품종이 되었다. 2010~2019년 사이에 우리나라가 종자의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은 총 1358억원에 달했고, 이런 추세는 점점 증가해가는 중이다. 제주 생산 감귤의 94%가 일본 종자이며, 천혜향, 레드향 등은 일본산으로 지금도 로열티 지급 중이다. 버섯 생산의 65%, 양파 70%, 양배추 80% 이상이 일본산으로 매년 150톤 이상의 종자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장미, 국화, 포인세티아 등 꽃의 자급율도 낮다. 이 때문에 매년 종자 사용으로 140억원씩 해외로 로열티를 지급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우수한 국내 육성 품종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주요 품목의 국산화율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과 녹색 장미 ‘그린뷰티’ 등은 최근 7년간 로열티로 약 24억원을 벌어들였다. 일본 품종 ‘한라봉’을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감귤 ‘탐나는봉’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고, 일본 품종 국화를 대체하기 위해 2004년 농촌진흥청에서 ‘백마’가 개발되어 수출되고 있다. 경기·충청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던 일본 벼 품종인 ‘고시히카리’ 등도 이보다 밥맛 좋은 고품질의 국내 육성 벼 품종들이 심어지고 있다.

종자 주권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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