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유능제강(柔能制剛)
[경일칼럼]유능제강(柔能制剛)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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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 계절마다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게 된다. 때론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노천명 시인은 푸른 오월에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자연은 신록을 짙게 깔고 꽃들은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를 들어내며 생동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10월은 가을의 절정, 계절의 왕이다. 9월은 아직 여름의 끝자락이 남아 있고 11월이 되면 쌀쌀한 찬바람에 옷깃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10월에는 그윽한 국화꽃 향기가 우리의 마음을 싱그럽게 하고 길가의 코스모스는 바람의 순리에 순응하며 나부낀다. 코스모스는 수양버들처럼 힘없이 휘청이지만 언제나 자신의 연약함과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앞산에는 오색 단풍이 최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발길에 밟히는 마른 낙엽의 소스라침은 한 생명의 영면을 예고 한다. 봄비는 여름을 재촉하고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하게 된다. 오늘따라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간다. 그럼 한국인들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한번 살펴보자. 한국리서치는 10명 중 8명 이상은 가을(83%)과 봄(82%)을 좋아하고 10명 중 3명만이 겨울(27%)이나 여름(27%)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가을 선호도가 40%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봄을 선호하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 봄은 여자의 계절이란 말이 괜한 낭설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월은 10월(33%), 다음은 5월(16%)이다. 선호하는 계절과 월이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사람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보통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적의 온도는 18도 정도인데 이 온도는 봄, 가을의 평균온도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여러 계절 중 가을과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봄과 가을의 온도는 비슷하지만 같은 16도라 해도 봄의 16도는 왠지 따뜻하게 느껴지고 가을의 16도는 왠지 쌀쌀하게 느껴진다. 봄은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가을은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쓸쓸한 이미지를 연상하는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을이 되면 한 번쯤은 우수에 젖게 되고 어딘지 모르게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했다. 이럴 때는 모든 것을 팽개치고 우울한 마음에서 탈출할 수 있는 운동을 해 보자. 대한체육회에는 2020년 기준으로 전문 체육 선수는 축구 야구 태권도 순이며 동호인 선수가 제일 많은 종목은 배드민턴 축구 탁구 순으로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 3~4년 후에는 파크 골프 동호인 수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파크 골퍼라면 누구나 장타 본능이 있다. 자신의 샷이 동반자보다 가장 멀리 보내기를 원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는 장타룰 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팔과 어깨가 경직되어 뒷 땅을 치게 되고 스윙을 헛치게 되어 OB를 남발하게 된다. 70m거리에서는 70m를 쉽게 보내면서 100m거리에서는 50m도 보내지 못하고 OB를 한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다. 결국 힘을 빼는 싸움이고, 스윗 스팟(sweet spot) 싸움이다. 비단 파크 골프뿐만 아니라 야구 테니스 배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가 스윗 스팟에 적중시키느냐 못시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 힘 빼는 데 10년이 걸리고 힘을 주어야 할 순간을 아는데 또 다시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힘은 힘을 빼기 위한 힘을 길러야 한다. 파크 골프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힘을 주는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유능제강(柔能制剛) 이다. 오늘부터 인성도, 샷도 부드러운 여자,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 보시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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